날씨에 따라 널뛰는 배터리 성능, 긴 충전시간, 부족한 충전시설, 짧은 주행거리 등 전기차의 한계를 감수하고 구매한 '얼리어답터'의 시간은 갔다. 전체 소비자의 16% 비중을 차지하는 얼리어답터의 구매가 끝나면 판매가 둔화된다는 게 캐즘 이론이다.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전기차의 침투율은 16%였다. 살 만한 사람은 다 산 셈이다.
소비자들의 내연기관차 대비 전기차 선호도는 오히려 전년보다 떨어졌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의 '2024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내연기관차 선호도는 67%로 전년보다 9%p(포인트) 뛰었다. 독일과 한국의 내연기관차 선호도는 각각 49%, 38%로 두 국가 모두 전년보다 4%p 상승했다. 그만큼 전기차 선호도가 내려갔단 뜻이다. 아예 구매를 원치 않는 소비자들의 비중도 높아졌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비자 비중은 29.2%에서 4개월 연속 하락해 지난 2월 24.4%로 내려 앉았다. 구매를 원치 않는 이유로 '충전시설 부족', 긴 충전시간(45%), 짧은 주행거리(43%) 등을 들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미국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충전시간 단축과 주행거리 확장은 배터리와 충전기 기술과 생산 능력 도약이 수반돼야 한다. 기존 흑연 음극재보다 에너지 밀도를 대폭 끌어올린 실리콘 음극재 생산이 국내에서 가능해지며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할 단초가 마련됐다.포스코홀딩스의 100% 자회사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이 지난 달 포항에 연산 550톤 규모 실리콘음극재(SiOx: 실리콘 산화) 공장을 준공한 것. 포스코그룹 소재 계열사 포스코퓨처엠도 포항에서 실리콘 탄소복합체(SiC) 음극재 데모플랜트 가동을 시작했다. 업계는 이 공장 준공을 기점으로 실리콘 음극재 시대가 열린다고 본다.
충전시간을 줄이면서 주행 가능거리 손실을 최소화하는 기술 개발도 한창이다. 삼성SDI는 9분만에 8%에서 80%까지 충전이 가능한 급속 충전 기술을 내놨다. SK온은 기존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를 9% 높이면서 충전시간은 유지한 '어드밴스드 SF 배터리'를 제시했다. 여기에다 전고체 배터리도 캐즘을 극복할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매개체인 전해질을 체로 대체한 차세대 배터리로 주행거리가 길고 화재 위험성이 적어 '꿈의 배터리'로 통한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