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과정에서 우리은행이 '돌발변수'로 등장했다. 우리은행이 태영건설의 대주주인 TY홀딩스의 연대채무 상환유예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심사는 과거 대우조선해양(현재 한화오션)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나섰던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의중이 우리은행 결정에도 반영됐는지 여부다. 'TY홀딩스의 연대채무 유예'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윤세영 태영건설 창업회장이 워크아웃 무산 직전 '담판' 짓는 과정에서 나온 협의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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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윤세영 담판 넉달만에 반대하고 나선 우리은행 ━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지난달 30일 기업개선계획 안건 중 태영건설의 대주주인 TY홀딩스의 연대채무도 3년간 유예하는 안건을 올렸다. 채권자 75% 동의를 받아 안건은 통과됐지만 우리은행이 안건 통과 전 조정위에 해당 안건을 제외해 달라고 신청했다.
우리은행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제22조에 위배될 여지가 있다"며 "부실징후기업이 관리대상인데 TY홀딩스는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워크아웃 대상 태영건설에 대한 채무상환 유예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대주주 TY홀딩스는 부실징후 기업이 아닌만큼 법상 유예를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로 구성된 조정위가 우리은행 주장을 받아들이면 태영건설 워크아웃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TY홀딩스는 계열사를 매각한 자금을 태영건설 정상화에 쓰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은행 등 금융회사로부터 TY홀딩스 자체 빚 상환을 요구 받으면 계열사 매각대금을 태영건설이 아닌 TY홀딩스 빚 갚는데 먼저 써야 할수 있어서다. TY홀딩스의 연대채무는 태영건설 분할을 통한 지주 설립 과정에서 생겨났다.
이런 '딜레마'는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결정한 지난해 12월말부터 일찌감치 논란이 됐다. TY홀딩스가 태영건설 지원에 쓰기로 했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일부를 TY홀딩스 채무 상환에 써버려 워크아웃 무산 직전까지 갔다. 이에 이복현 원장과 윤세영 회장이 담판을 지었다. 채권단이 연대채무에 상환요구를 하지 않는 대신 TY홀딩스는 알짜 계열사인 SBS 지분과 오너 일가 보유 TY홀딩스 지분을 담보로 내놓으면서 채권단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주장이 전혀 틀렸다고 단정 지을 순 없더라도 채권단 공담대 속에서 연대채무 상환 유예 약속이 당시 성사됐는데 이제와 반대 의견을 내놓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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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사채권자 국민연금 설득한 임종룡, 이번엔? ━
우리은행의 '전적'과 별개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이번 결정에 관여했는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임 회장은 과거 대우조선해양 워크아웃 당시 금융당국의 수장이었다. 대우조선은 채권은행의 채무상환 유예 결정에도 불구하고 회사채·CP(기업어음)를 들고 있는 사채권자의 동의여부가 워크아웃, 법정관리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됐다.
당시 금융위원장이었던 임 회장은 회사채 1억3500억원 가운데 3900억원을 보유한 국민연금 설득에 총력을 쏟았다. 사채권자 집회직전 국민연금이 채무조정을 수용키로 전격 결정하면서 법정관리(P플랜)를 겨우 막을 수 있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채권자인 국민연금 설득에 나섰던 임 회장이 이번 TY홀딩스 채무상환 유예 반대에 어떤 의견을 냈을지,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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