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안 하면 당신 엄마 죽어"…'굿값 수천만원' 무속인 집유, 왜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4.04.27 16:1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당장 굿을 해야 할 것처럼 속여 거액의 돈을 뜯어낸 무속인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7일 뉴스1에 따르면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 2단독 박현진 부장판사는 직장과 직업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속여 굿값을 받아내고, 전 연인을 스토킹하고 전 연인의 배우자를 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A씨(51·여)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수강과 사회봉사 80시간도 명했다.

A씨는 2020년 6월 18일 자신이 운영하던 서울 강북구의 신당을 찾아온 B씨를 속여 3차례에 걸쳐 총 2970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당시 A씨는 직업 상담을 위해 신당을 찾은 B씨에게 '네 엄마한테 상문살(죽은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귀신의 기운)이 끼어 굿을 해야 한다. 당장 굿을 안 했다가 며칠 새 엄마 죽으면 어떻게 할래'라고 협박하고, '당장 다음날 굿을 진행해야 하니 카드 할부로라도 결제하라'고 속여 1200만원을 결제하도록 했다. 이후 A씨는 그해 7월 2일까지 3차례에 걸쳐 2970만원을 받아 챙겼다.

A씨 또 그해 11월 22일엔 직장 문제로 점을 보러온 C씨에게 '이혼살이 있어 결혼 못 한 거다' '더 늦어지면 애 못 낳는다' 등의 거짓말을 해 627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는다.

A씨는 지난해 1월부터 약 한 달간 전 연인 D씨에게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 얼굴 보고 가마. 원귀가 돼 구천을 떠돌 거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는 등 62회에 걸쳐 연락하며 스토킹했다.


A씨는 전 연인 D씨의 배우자인 E씨에게도 연락해 D씨에 대한 거짓 글을 작성하거나 D씨와의 성관계 영상을 유튜브에 올릴 것처럼 협박한 등의 혐의도 받는다.

A씨는 재판에서 굿이나 초기도를 모두 해줬다며 굿을 하지 않으면 당장 해악이 실현될 것처럼 고지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은 애초 직장 문제로 점을 보기 위해 방문했을 뿐인 피해자에게 당장 굿이 필요하다고 호통쳤다"며 "서두를 합리적 이유가 없었음에도 즉석에서 카드 한도를 상향하게 만들면서까지 당일에 굿 값을 결제토록 했다. 전통적 관습이나 종교 행위로 허용될 한계를 벗어나 기망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사기죄를 유죄로 인정하긴 하나, 우리 사회가 무속 행위의 일반적 효험 내지 사회적 기능을 어느 정도 용인하고 있고 피고인은 무속인 자격을 갖춰 실제로 피해자들을 위해 일정한 구색을 갖춘 무속 행위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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