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의 가이타 가즈시게 애널리스트는 니혼게이자이(닛케이)를 통해 "솔직히 조금 놀랐다"며 "최근 엔저 현상이 심화해 국채 매입 규모 축소 등의 대응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일본은행은 무대응으로 반응했다"고 말했다.
하루 전 지지통신은 일본은행이 이번 회의에서 국채 매입 규모 축소를 검토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일본 재계에서 과도한 엔저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일본은행도 환율 방어를 위해 대응에 나설 수 있단 기대가 커지던 터다. 금리 인상에 비하면 국채 매입 규모를 축소하는 데 따른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그러나 일본은행은 전날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진행한 끝에 단기 금리를 현행 0~0.1% 수준으로 동결하는 한편 국채 매입 규모도 지난달 결정한 지침대로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월간 약 6조엔(약 53조원) 수준을 유지하겠단 의미다.
일본은행이 이날 통화정책을 유지하기로 한 건 2% 물가 목표의 안정적 실현을 위해 경제와 인플레이션을 뒷받침하겠단 자세를 거듭 강조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안 그래도 미·일 금리 격차를 의식하던 외환 시장에선 달러 매수·엔화 매도 흐름이 강화됐다. 엔·달러 환율은 단숨에 156엔을 돌파했다. 간밤 발표된 미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1분기 연율 1.6% 성장하는 데 그친 반면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3.4%로 뛰면서 미국의 금리 인하 전망은 더 멀어진 상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행이 엔저 무대응으로 이제 환율 방어의 공은 재무성으로 넘어가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앞서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은 엔저 진행에 대해 "구체적 정책 수단은 말할 수 없다"며 "외환 시장의 동향을 주시해 만전의 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당초 시장이 개입선으로 예상했던 달러당 152엔, 155엔이 모두 깨지면서 환시 개입에 대한 경계심은 점점 더 높아지는 분위기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떤 발언을 할지, 이날 갑작스러운 환율 개입이 나올지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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