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차익+금리, 둘다 먹으려다 망한 엔화 미국채 투자자들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 2024.04.25 15:12
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 주가 추이/그래픽=윤선정
엔화 환차익과 미국채 금리 하락에 따른 자본이익 두 가지를 동시에 노리며 일본 증시에 상장한 미국채 ETF(상장지수펀드)를 매수한 투자자들이 예상치 못한 손실에 울상이다. 기대와는 달리 원/엔 환율은 하락하고 미국채 금리는 상승하면서 이중 손실이 나타나고 있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일본 주식은 '아이셰어즈 20 플러스 이어 유에스 트레져리 본드 JPY 헤지드'(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다. 지난 23일 기준 총 6억9700만달러(9600억원) 어치를 보유 중이다.

최근 1년 간(2023년 4월25일~2024년 4월24일) 순매수 금액은 7억8300만달러(1조800억원)로 이 기간 전체 해외 주식 중 가장 많은 규모다. 미국 장기채 3배 레버리지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던 TMF(7억7400만달러)나 배당 ETF로 관심을 모은 SCHD(5억200만달러)보다 순매수가 많다. 최근 한 달 간(3월25일~4월24일) 순매수 역시 전체에서 3번째로 많은 1억800만달러로 여전히 상위권이다.

일본 증시에 상장된 이 상품은 엔화 환차익과 미국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가격 상승이라는 2가지 자본이익을 취할 수 있다고 알려지며 큰 인기를 끌었다. 미국채 20년물 이상 장기채로 구성된 지수를 추종하면서 엔/달러 변동은 헤지(hedge)한 것이 특징이다. 엔화로 투자하는 미국 장기채 상품인 셈이다.

엔화로 투자한다는 점에서 엔화가 반등할 경우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동시에 미국채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도 얻는다. 지난해부터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고 역대급으로 치솟았던 엔/달러 환율도 하락세(엔화 강세)로 돌아서면서 2가지 자본차익을 얻을 수 있는 엔화 미국채 상품으로 매수세가 몰렸다.

엔·원 환율 추이/그래픽=윤선정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미국채 20년물 금리는 지난 1년 간 3.771%에서 4.894%로 1.123%포인트 상승했고 이 기간 엔화 미국채 ETF 가격은 21.17% 하락했다. 같은 기간 원/엔 환율 마저 1엔당 10.03원에서 8.88엔으로 11.47% 떨어졌다. ETF 가격 하락에 환차손까지 포함하면 원화 기준 손실은 30%가 넘는다.

특히 해당 상품은 엔/달러 헤지라는 점에서 헤지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문제가 있다. 환헤지를 할 때는 양국간 금리 차이에 따라 헤지 이익 또는 비용이 발생한다. 엔화를 기준으로 달러를 헤지하는 경우 지금처럼 일본 금리보다 미국 금리가 더 높으면 헤지 비용이 발생한다.


엔화 미국채 상품과 유사한 미국 증시 상품인 '아이셰어즈 20 플러스 이어 트레져리 본드'(iShares 20+ Year Treasury Bond, 티커 TLT) ETF의 수익률과 비교하면 차이를 알 수 있다. 최근 1년 간 TLT의 수익률은 마이너스(-) 17.35%로 같은 기간 엔화 미국채 ETF보다 3.82%포인트 높다. 환헤지 비용만큼 두 상품 간 수익률 차이가 벌어졌다.

애초에 엔화 환차익과 미국채 가격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이 쉽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엔화가 강세로 전환하기 위해선 일본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있어야 하는데 이 경우 엔케리 청산 트레이드(저렴한 엔화로 투자했던 자산을 회수하는 것)가 발생하면서 미국채 가격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 경기 둔화로 인해 금리가 내리더라도 달러 스마일 커브 이론에 따라 달러 강세는 지속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엔화 미국채 투자 전략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혜원 KB증권 연구원은 "과거 엔화 강세를 촉발한 요인은 2007년 9월부터 12월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100bp(1%포인트) 금리 인하 였다"며 "연준의 금리 인하 개시 전후로 추세적 달러 약세와 기타 통화 강세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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