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암 환자에게 항암 치료는 삶의 질뿐 아니라 생사를 가르는 요인이다.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느냐 받지 못하느냐에 따라 예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암세포는 정상세포와 달리 무한 분열해 증식하고 정상세포보다 지나치게 빠르게 자라나는데, 암세포가 정상세포의 영양물질을 빼앗아 먹고 분해돼 활동하기까지의 대사 과정이 정상세포의 대사 과정보다 5배 더 왕성하다.
이런 암세포는 덩어리가 커질수록 더 빠르게 자란다. 간암의 경우 5㎜까지 커지는 데는 10~20년이 걸리지만, 5㎜에서 10㎜로 커지는 데는 1~3년, 10㎜에서 20㎜로 커지는 데는 1~2년, 20㎜에서 40㎜로 커지는 데는 3~12개월로 2배로 자라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줄어든다.
의학에서 항암치료의 최우선 목표는 '암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 규정돼있다. 항암치료는 목적에 따라 '보조 항암치료'와 '고식적 항암치료'로 나뉜다. 보조 항암치료는 주로 암 수술받은(일부는 수술 전 시행) 환자가 대상이다. 암을 수술로 제거하긴 했지만, 의사 눈에 보이지 않은 미세한 크기의 암세포가 남아있다가 성장하면 재발할 수 있다. 보조 항암치료는 미세 전이를 박멸해 암 재발률을 낮추고 완치율을 높인다.
고식적 항암치료는 암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증상을 완화해 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시행한다. 암이 다른 곳에 전이돼 수술할 시기를 놓친 암 환자가 대상이다. 이런 치료를 제때 못 받거나 놓치면 재발과 전이 속도는 매우 빨라질 수 있단 얘기다.
이런 이유로 암 환자들은 대학병원 교수들을 향해 "죽음을 선고한 것"이라며 절규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는 24일 성명을 통해 "현재 2달 넘게 전공의 집단 사직과 의대 교수사직으로 인한 의료 공백으로 이미 암 환자와 그 가족들은 탈진 상태로 무력감에 지쳐있다"며 진료 중단 방침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협의회는 "(의료대란 발발 이후)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 지연과 취소, 그리고 외래 진료마저 지연·연기돼도 환자와 가족은 초인적인 인내심을 가지고 겨우 버텨 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상급종합병원이 주 1회 수술과 외래 진료를 멈추는 건 암 환자들에게 죽음을 선고하고 투병 의지를 꺾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이미 의료 공백의 장기화로 중환자들의 고통과 희생은 한계에 도달했다"며 "환자들에게 더 이상의 희생을 정부와 의료계가 강요하는 것은 반인륜적 행태일 뿐이다. 이 사태를 종식할 특단의 조치와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진료 중단 철회와 함께 ▲전공의 의료 현장 복귀 ▲상급종합병원의 주 1회 의료 중단 발표 철회 ▲정부의 의료현장 점검과 대책 강구 ▲정부와 의료계가 환자들과 3자 협의체 구성 등을 요구했다.
한편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23일 비대위에 참여하는 전국 20여 대학 비대위원장들이 모인 가운데 비공개 온라인 8차 총회를 열고 다음 주 하루 수술, 외래 진료 등을 중단하기로 결의했다. 또 같은 날 총회를 연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은 오는 25일부터 개인의 선택에 따라 사직하기로 했다. 특히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던 교수 4명은 5월 1일 병원을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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