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속도내는 '밸류업'…산업계 "페널티 도입 시 부작용 우려"

머니투데이 유선일 기자 | 2024.04.24 06:01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이복현(가운데) 금융감독원장이 1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금융산업위원회 제40차 회의에 앞서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4.04.15. ks@newsis.com /사진=김근수
산업계가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페널티를 적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가 밸류업 성과를 내기 위해 강제 규정을 도입할 경우 '기업 가치 제고'라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지고 경영 부담만 증가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상의는 23일 국내 주요 기업들로부터 이같은 내용의 건의를 취합해 정부에 전달했다.

정부는 지난 2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발표했고 다음달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밸류업 가이드라인'을 내놓는다. 국내 상장기업이 스스로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해 공시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기업들이 무엇보다도 우려하는 것은 페널티 규정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월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간담회에서) 상장 기업도 일정 기준 미달 기업은 거래소에서 퇴출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페널티 도입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원장은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금융산업위원회 강연에서 밸류업 참여 '인센티브'를 강조했지만 산업계의 걱정은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성과를 내기 위해 페널티 등 사실상의 강제 규정을 가이드라인에 담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대한상의는 이 원장의 강연 이후 다수 기업 의견을 수렴했고, 이날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정책 개선 과제' 건의서를 관계 부처 및 기관에 제출했다.

기업들은 건의서에서 "정부는 공시 여부와 내용을 기업 자율로 정한다는 방침이지만 막상 공시하지 않거나 내용이 미흡한 경우 해외 투기자본 등이 공시를 요구하거나 특정 지배구조를 강요하는 등 사실상 자율 규범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목표한 공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금융당국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거나 주주들이 주주대표소송, 증권집단소송 등을 제기하면 경영진이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목표를 설정해 오히려 기업 가치 제고를 저해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기업들은 가이드라인에 △공시 여부와 내용은 기업 자율로 정하고 △목표 달성에 실패해도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사유가 되지 않고 △선관주의의무를 다한 경영진은 법적 책임을 지지 않고 △기업 비밀 사항은 공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등을 명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인센티브로 개발되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ETF'를 특정 기준에 맞춰 구성하면 쏠림현상에 따른 증시 양극화 우려가 있는 만큼 다양한 종목을 편입해야 한다고 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의 인센티브를 강조하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선 공시 계획을 이행하지 못 할 경우 페널티를 받진 않는지 등 불안이 큰 상황"이라며 "기업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가이드라인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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