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있는 세상' 돌아와도 힘못쓰는 엔화…엔화예금 '뭉칫돈'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 2024.04.23 12:00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와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일본이 17년 만에 '금리있는 세상'으로 돌아왔지만 역대급 엔저가 계속되면서 100억달러에 육박하는 뭉칫돈이 여전히 엔화예금에 쌓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3월 중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거주자의 엔화예금 잔액은 98억2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한 달 전(98억6000만달러)보다 4000만달러(0.4%) 줄어든 수준이다.

하지만 이는 엔화예금 수요가 줄어든 결과가 아니다. 미 달러화 강세에 따른 환산액 감소 때문이다.

실제 2월 말 1331.5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3월 말 1347.2원까지 상승했다. 엔화예금 규모를 달러화로 환산하다보니 엔화예금 잔액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전체 거주자 외화예금에서 엔화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0.3%로 2월과 같았다.

엔화예금 인기가 여전한 건 일본은행(BOJ)이 17년 만에 금리 인상에 나섰음에도 여전히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외환시장이 마감하는 오후 3시30분 기준 지난달 원/엔(100엔 기준) 평균 재정환율은 889.74원을 기록했다. 2달째 800원대를 기록 중이다.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달러=150엔'을 뚫은 엔/달러 환율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 후퇴 속 중동발(發) 지정학적 위기 확대 등에 따른 강달러 여파로 현재 154엔대에 거래 중이다.

이 때문에 앞서 엔테크에 나섰던 사람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계속 엔화예금에 돈을 묻어두거나 '앞으로는 오를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 투자자들이 엔화예금에 추가 투자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지난달 전체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전월 말보다 11억2000만달러 감소했다.

통화별로 보면 유로화 예금이 한 달 전보다 7억달러 감소했다. 일부 기업의 수입결제대금 지출 등 영향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전체 외화예금의 81.7%를 차지하는 미 달러화 예금은 같은 기간 2억8000만달러 줄었다. 기업예금은 늘었지만 환율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을 위한 개인예금이 감소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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