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쿠가 고로시 당했다...대체 무슨 말이야?[샷집]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 2024.05.13 07:00

[샷건의 집현전]<6>고로시: 은밀한 취향을 강제로 공개하는 '오타쿠 아웃팅'

편집자주 | 한 아재가 조카와 친해지기 위해 유행가 제목을 들먹이며 '샷건의 집현전'이라고 했다죠. 실제 노래 제목은 '사건의 지평선'이었습니다. 아재들이 괜히 아는 체 하다 망신 당하는 일 없도록, MZ세대가 흔히 쓰는 용어들을 풀어드립니다.

일본어 코로시(殺し)는 '살해'를 뜻합니다. 그런데 이처럼 무시무시한 단어가 한국의 온라인에서는 '망신주기'라는, 다소 변형된 형태로 사용됩니다. 그 기원은 수많은 온라인 커뮤니티들의 모태 격인, 디씨인사이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디씨인사이드에는 수많은 개별 갤러리가 있고, 그 중 인기 게시물을 디씨 직원이 선별해 전체 유저들이 볼 수 있는 HIT갤러리(힛갤)에 올려 유통시킵니다. 누구나 보고 공감하는 게시물도 있는 반면, 마이너한 취향을 가진 갤러리의 게시물이 올라오면 비하나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게 오타쿠 취향으로 알려진 미소녀 피규어 갤러리 등이었습니다. 최근에야 '서브컬처'라고 부르며 게임 등 콘텐츠 업계에서 주목받는 시장이지만, 과거 이들에 대한 멸시의 시선은 어마어마했습니다. 그래서 성향이 비슷한 이들이 모이는 자신들의 갤러리에서만 활동하는데, 이를 디씨인사이드에선 힛갤로 게시물을 이동시켜 조리돌림의 대상을 만든 것이죠.

디씨 유저들은 힛갤에 올라온 오타쿠 성향의 게시물에 댓글로 조롱을 이어가며 이 행위를 'X덕 고로시(코로시)'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때부터 고로시는 오타쿠들의 은밀한 취향을 만천하에 드러내며 '강제 아웃팅(강제 커밍아웃)'시키는 쪽으로 의미가 굳어졌습니다. 일종의 공개 망신주기입니다.


이후에는 의미가 확장돼 꼭 오타쿠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마이너한 취향을 가졌거나 현명하지 않은 행동을 하거나 부끄러운 과거를 가지고 있으면 이를 강제로 여러명에게 공개시키는 모든 행위에 '고로시'가 붙게 됩니다.

이런 의미의 고로시라면, 많은 누리꾼들도 알게 모르게 이미 참여하고 있습니다. 게시판에서 논쟁이 붙으면 상대방의 과거 글을 발굴해서 새로 올리며 저격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의 신상을 터는 행위가 모두 새로운 의미의 '고로시'가 되는 셈입니다.

오히려 과거 고로시의 대상이던 오타쿠들은 최근 이 같은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졌습니다. 당당하게 서브컬처 게임을 즐기고 미소녀 티셔츠를 입고 광장을 활보합니다. 오타쿠포비아에 걸린 사람들이 오타쿠를 '공개처형'한다며 시작한 고로시 문화, 그래도 이들은 죽지 않고 여전히 세상을 즐기며 시장이 주목하는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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