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은 22일 자신의 SNS에 "먼저 때린 놈이 자기는 잘못 없다고 버티다가 처벌이 다가오자 빨리 합의 보자고 난리"라고 짧은 코멘트를 올렸다. 의료개혁특위에서 합의점을 찾으려는 정부의 의지를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임 당선인은 19일 세계의사회 임원 미팅에서 "(의료개혁특위에) 시민단체 등이 포함되면 현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처럼 제대로 논의하기가 어렵다"며 "위원회 20명 중 14명은 의료현장을 잘 아는 의사나 의료 행정을 했던 의사들로 구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성원의 70%가 의사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도 "일단 전공의들, 교수들, 의협은 한 명도 늘릴 수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의대 증원을) 좀 줄여야 된다는 입장이다. 이건 타협의 여지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고, 움직일 수 없는 원칙"이라고 말했다. '2000명 증원'은 유지한 채로 대화에 나서려는 정부를 비판한 셈이다.
의료개혁특위가 협의체가 아닌 공론화위원회 방식이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정진행 교수는 "협의체는 대표가 협상장에 가서 회의하고, 그 과정이 공개되지 않으며, 대표라는 분의 개인 주장도 가능하다"며 "반면 공론화위원회는 찬반 입장을 가진 전문가들이 각각 입장을 국민 앞에서 발표하고 공론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대 증원과 관련해서는 밀실 협의체가 아니라 국민 앞에서 양측(정부·의사) 전문가가 직접 공개 발표 토론하는 형식의 '공론화위원회'를 결성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이날 의사들 커뮤니티에선 "의사도 다양한 집단이므로 의사가 의료개혁특위 전체 구성원의 3분의 2를 차지해야 한다" "위원장마저 의료 전문가가 아닌데 의사 대표를 들어오라 하는 건 고압적이고 오만하다"란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박 의장의 해당 발언에 대한 쓴소리도 쏟아졌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22일 자신의 SNS에 박 의장의 발언이 보도된 기사를 게시하며 "언제나 내부의 문제가 외부의 문제를 촉발한다"며 이번에도 대의원회가 문제임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 전 의협 회장은 의료개혁특위 위원장으로 내정된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도 겨냥했다. 노연홍 회장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본부장, 구 식품의약품안전청(현 식약처) 청장, 청와대(현 대통령실) 고용복지수석비서관, 가천대 메디컬맴퍼스 부총장을 거쳐 지난달부터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임금님이 의료개혁특위 수장으로 복지부 관료 출신을 내정했다. (노연홍) 의료개혁특위 위원장의 이력을 보니, 이번 의료 농단 주범 중 하나인 박민수 (복지부) 차관의 미래가 점쳐진다"며 "출셋길 탄탄대로가 예비된 듯하다. 관료들이 충성을 다하는 이유"라고 비꼬았다.
한편 정부가 구상한 의료개혁특위는 민간위원장 1인, 정부위원 6인, 민간위원 20명이 멤버다. 민간위원은 각 대표가 추천한 대표 또는 전문가, 의사단체를 포함한 공급자단체 10인, 수요자단체 5인, 분야별 전문가 5인 등이다. 하지만 의협 등 의사 집단이 '불참'을 선언한 데 대해 박민수 차관은 22일 "정부의 유연함과 거듭된 대화 제안에도 불구하고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지금의 상황을 해결하는 데 도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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