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유통 업계에서 중국산 로봇청소기의 돌풍이 거세다. 그동안 삼성, LG 등 국내 가전업체에 기술력이 밀려 '싼 게 비지떡'이라고 혹평을 받던 게 무색하다. 1대에 180만원이 넘은 높은 가격대에도 제품 성능에 만족한 30~40대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고 있다. 이 때문에 각 유통사 상품기획 담당 부서도 신제품 출시 전에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23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이커머스, 홈쇼핑 등 유통 채널에서 가전 상품 판매액 1위은 대부분 로봇청소기가 차지하고 있다. 판매 점유율 1위는 로보락이고 에코백스, 드리미 등 상위권 업체 대부분이 중국 브랜드다.
11번가는 지난 18일부터 로보락 S8 MaxV Ultra를 특가로 선판매 중이다. 모든 채널에 풀리는 29일 이전까지 정상가(184만원)에서 약 8만원 할인된 176만원에 판매 중이며, 7만원의 상당의 액세서리 4종 키트(필터, 사이드 브러시, 물걸레, 사이드 물걸레)를 사은품으로 증정한다.
지난해 11번가 로봇청소기 결제 거래액은 전년 대비 약 90% 증가했고, 올해 1분기 거래액도 전년 대비 84% 늘어났다. 대부분 로보락을 비롯한 중국 브랜드 판매 실적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해 판매한 로보락 'S8 Pro Ultra' 제품은 11번가 연중 최대 할인 행사인 그랜드 십일절(11월 1일~11월 11일) 기간 총 141억원어치가 팔려 단일 제품 최대 매출고를 올렸다. 올해 1~4월 월간 십일절 기간에도 1시간 타임딜을 통해 로보락 한정 판매를 진행했는데 모두 초단기 완판됐다고 한다.
G마켓도 연중 최대 할인 행사인 11월 빅스마일데이 행사 기간 로보락, 에코백스, 나르왈 등 로봇청소기 3종이 총 200억원 이상 팔리며 가전 제품 중 최고 판매액을 기록했다. G마켓도 수 년전부터 로보락고 협업을 통해 신제품 출시 전에 단독 특가 선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GS샵이 지난 1월 저녁 진행한 로보락 판매 방송에선 목표 대비 2배 가까운 14억원어치가 팔렸고, 전체 고객의 약 15%가 방송 전 올라온 1분짜리 '숏픽'을 보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에선 고물가 여파로 TV 등 고가 가전제품 수요는 위축됐지만, 로봇청소기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AI(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상용화된 대표적인 상품이 로봇청소기인데 인기 제품은 거의 중국 브랜드"라며 "인플루언서,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로봇청소기 성능을 확인한 30~40대 소비자들은 중국산이란 거부감이 없다"고 했다.
유통사들은 이 같은 경쟁 구도가 나쁘지 않다고 설명한다. 업계 관계자는 "로보락을 비롯한 소수 특정 업체에 인기 제품이 몰려있는 것보다 여러 제조사가 경쟁하는 구조가 되면 단독 선판매 협의나 할인 프로모션 기획이 한층 수월해질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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