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 CEO 14명 중 12명 '중앙회' 거쳤다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이창섭 기자 | 2024.04.22 05:55
농협금융지주 계열사 대표의 중앙회 경력/그래픽=윤선정
금융감독원이 최근 잇따라 터진 NH농협금융지주 계열 금융사고 원인의 하나를 농협중앙회의 기준 없는 '낙하산' 인사로 보고 있다. 경제사업을 담당하는 중앙회 임직원이 전문성 검증 없이 금융으로 손쉽게 이동해 내부통제 문제가 불거졌다는 지적이다. 농협금융 주요 계열사 CEO(최고경영자)와 임원은 대부분 중앙회 경력이 '필수코스'가 됐다. 심지어 중앙회 직원이 은행, 보험사 겸직까지 가능해 금융과 산업(경제)을 엄격히 분리하는 원칙이 무너졌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보험, 카드, 증권 등 농협금융 주요 계열사 7곳의 전·현직 CEO 14명 가운데 농협중앙회 경력이 있는 CEO는 12명에 달했다. 지주의 핵심인 NH농협은행 이석용 행장은 직전 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을 지냈다. 권준학 전 행장도 같은 이력을 갖고 있다. NH농협생명 윤해진 대표도 직전 중앙회 경남지역본부장을 지냈다. NH농협손해보험의 서국동 대표는 중앙회 상호금융기획본부장을 역임했다.

주요 계열사 중 NH투자증권만 유일하게 현 대표와 전 대표가 중앙회를 거치지 않았다. 이마저도 최근 중앙회 출신으로 채워질 뻔했다. 강호동 중앙회장이 취임 직후인 지난달 유찬형 전 중앙회 부회장을 추천했으나 금융당국이 "전문성 부족"과 "중앙회장의 지나친 인사개입"을 정면비판하자 한발 물러섰다.

농협금융 계열사 CEO가 대부분 직전에 중앙회 경력자로 채워진 이유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 구성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추위는 사외이사 3명과 사내이사, 비상임이사 등 5명으로 구성되는데 사내이사와 비상임이사 선임과정에서 중앙회장의 추천이 힘을 발휘한다. 최근 선임된 박흥식 비상임이사는 광주 비아농협 조합장 출신으로 강호동 회장이 추천했다. 역대 비상임이사가 대부분 조합장 출신이었다.


다른 금융지주들은 계열사 CEO 선임시 평소 후보군을 관리한다. 선임과정에서도 롱리스트(잠재후보군) 숏리스트(최종후보군)를 뽑는 절차가 있지만 농협금융은 이런 절차가 사실상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주와 중앙회 협의를 통해 선임해야 하는 비상임이사도 공식 선임절차가 없다.

일반 임직원도 중앙회 경력자가 광범위하게 포진했다. 중앙회와 농협금융간 협약 및 인사교류 프로그램(전적)에 따라 중앙회 출신이 농협은행이나 보험사로 단기경력을 쌓는다. 농협은행 시군지부장이나 농협생·손보 보험총국장은 중앙회 출신 인사로 중앙회와 겸직을 한다. 이런 인사제도로 경제사업을 담당하는 직원이 금융전문성 없이도 자유롭게 은행, 보험업을 한다. 비슷한 지배구조를 가진 수협은 중앙회와 은행간 직원의 이동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대비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중앙회와 농협금융간 인사이동이 전문성을 쌓는 계기가 된다면 순기능이 있지만 현실적으론 1~2년 형식적인 금융경력을 쌓는 경로로 활용되는 측면이 많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근 잇따라 터진 금융사고가 인사제도와 무관치 않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내부통제 인식이 부족한 중앙회 출신 직원이 금융사고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최근 "신용·경제사업들이 구분은 돼 있지만 리스크가 명확히 구분되느냐에 대해서는 좀더 고민할 지점이 있다"며 "금산분리 원칙이나 내부통제와 관련된 합리적인 지배구조법상 규율체계가 흔들릴 여지가 있는지 잘 챙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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