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5058→4000명대?…'오락가락'에 수험생·대학가 혼란

머니투데이 유효송 기자, 정인지 기자 | 2024.04.21 12:30
정부가 2025년도 입시에 한해 의대 정원 증원분을 각 대학 자율로 50~100% 조정할 수 있도록 하자 입시 판도가 또다시 불확실성에 부딪치게 됐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각 대학이 정원을 발표하라고 했지만 내부적으로 합의가 늦어지면 다음달에 최종 확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집단 유급'을 우려해 수업을 재개하려고 했던 대학들도 재차 개강 일을 미루면서 대학가의 혼란도 여전한 상황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 증원 관련 특별 브리핑'을 열고 의대 정원 증원분 2000명에 대해 2025년도 입시에 한해 각 대학 자율로 50~100% 조정하도록 한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전향적으로 수용한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대증원 관련 특별 브리핑에서 거점국립대 총장 건의에 대한 정부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1


수능 7개월 남았는데 의대 정원 오락가락…수험가 '혼란'


각 대학은 당초 이달 말까지 증원된 의대 정원을 학칙에 반영해 입시요강 등과 함께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제출할 예정이었다. 대교협은 이를 심의해 다음달 말 일괄 발표한다. 그러나 정부가 의대 정원에 일부 자율성을 주면서 올해 의대 정원 규모는 4058~5058명으로 다시 불투명해졌다.

각 대학은 일단 의과대학 등과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지방거점국립대 9곳 중 7곳은 의대 정원이 2~4배씩 급증해 200명으로 증가했고, 나머지 2곳도 2배 이상 뛰었지만 일각에서는 의대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불만이 나오고 있었다. 학칙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학장회의, 교수회, 평의회 등을 거쳐야 한다. 각 대학이 증원 축소 규모를 결정하더라도 이를 학칙에 반영해 대교협에 제출하려면 내부적으로 합의가 필요한데, 축소 규모에 대한 이견이 생기면 절차가 늦어질 수 있다.

A 지방 국립대학 관계자는 "의대 정원과 관련해서는 의대 학장의 의견이 중시되겠지만 그렇다고 결정권을 갖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 논의를 해봐야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 지방 국립대학 관계자도 "현재 배정된 인원보다 줄일지 어떨 지조차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의대 교육 인프라를 고려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까지 7개월, 대입 수시모집 원서접수까지 5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모집인원이 정부가 발표했던 것보다 최대 절반 가량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에 수험생들의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의대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지원하기 때문에 치대·약대·한의대 등 '메디컬 계열'과 이공계열 합격선은 물론 'N수생 유입 규모' 등 입시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변수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의대 정원이 지금보다 1000명 늘어날 경우 현재 의대 수능기준 최저 합격선 국어·수학·탐구 백분위 합산점수가 285.9점에서 2.4점 하락하지만 당초 예정대로 2000명이 확대되면 3.9점이 내려갈 것으로 추정된다.

입시학원 관계자는 "최상위권 합격선이 어느 정도 결정돼야 주요 이공계 학과 등 나머지 학교와 학과의 라인이 결정되는데 아직까지 이를 모르니 합격선도 알 수가 없고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도 별로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 21일 서울시내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사진=정병혁


개강에도 텅 빈 교실…학사일정 차질 우려도 여전


이번 결정으로 대학가의 갈등이 봉합될 지도 미지수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학생들이 다 돌아와야 한다"며 "이번 정부 제시를 근거로 개별 대학이 적극적으로 학생들을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들은 의대를 둘러싼 전반적인 갈등이 풀려야 학생들이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C 지방 국립대학 관계자는 "이번 정부 방안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 중요하겠지만 전국적인 사안이다보니 특정 대학만의 노력으로는 힘들다"며 "학생들도 각자 처한 상황이 달라 일괄적인 방향성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의과대학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한 학생들의 수업 거부로 지난주 개강이 예정돼 있던 의대 가운데 절반이 계획대로 개강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5일로 개강이 예정돼 있던 의대 16개교 중 8개교만 예정대로 개강했다. 교육부는 당초 이들보다 먼저 개강한 16개교에 더해 지난주 총 32개 의대가 정상적으로 수업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현재 수업을 운영 중인 대학은 24개교로, 전체 40개 의대의 60% 수준에 머물게 됐다.

개강한 의대마저도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탓에 학생들이 얼마나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지 대학들은 파악조차 못 하는 상황이다. 개강했는데도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출석 일수 미달로 유급을 받을 수 있다. 대부분 의대 학칙상 수업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 학점을 주고, 한 과목이라도 F 학점을 받으면 유급 처리된다.

대학들은 '집단유급' 마지노선이 다가오고 있어 계속해서 개강을 늦출 순 없다는 입장이다. 고등교육법상 정해진 1년 수업시수(30주)를 확보하기 위해 개강을 연기할 수 있는 시점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도 신입생 선발 규모 축소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동맹휴학을 주도한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는 정부가 의대 증원분 유보를 밝힌 이후인 지난 20일 '증원 전면 백지화'를 또다시 요구했다. 이들은 대정부 요구안을 통해 "휴학계에 대한 공권력 남용을 철회하고 휴학에 대한 사유를 정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없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교육부는 '동맹 휴학'을 사유로 한 휴학계 제출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0개 대학 의대학생들은 오는 22일 대학총장에게 의대 정원 관련 학칙 변경을 하지 말아 달라며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이병철 변호사는 "(정부의 건의 수용에도 불구하고) 예고대로 22일에 가처분 소송을 접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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