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2024 한국생물공학회 춘계학술발표대회 및 국제심포지엄'에 기조 강연자로 참석한 우베 보른쇼이어 독일 그라이프스발트대 교수는 효소(Enzyme)로 녹조현상을 해결하고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할 방법을 찾고 있다.
효소는 생체 내의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단백질이다. 자기 자신은 변하지 않지만, 몸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화학 반응에 참여해 물질들의 반응 속도를 높이는 유용한 촉매다. 최근엔 유용한 효소만 선별해 신약을 개발하는 연구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효소의 가능성이 제대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프랜시스 아널드 캘리포니아공과대(CalTech·칼텍) 화학공학부 교수가 효소를 인공적으로 개량해 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면서부터다. 이 연구로 아널드 교수는 2018년 노벨화학상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 노벨위원회는 "인류의 삶을 가장 이롭게 하기 위해 유전자 변화와 선택이라는 자연의 원리를 단백질 개발에 적용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른바 '유도진화(directed evolution)'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진화의 원리를 응용했다. 단백질이 들어있는 모든 생체는 염기서열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유전자 돌연변이를 갖게 된다. 단백질의 한 종류인 효소도 마찬가지다. 아널드 교수는 유전자 돌연변이 효소들을 만들어 이들 중 의도한 화학 반응을 가장 효율적으로 하는 돌연변이들만을 선별하는 방법을 찾았다.
반면 PET 등의 합성 고분자 분해 능력을 가진 돌연변이 효소를 이용하면 에너지를 훨씬 절약할 수 있다. 보른쇼이어 교수는 "비교적 무난한 조건의 온도, 수소이온농도(PH) 환경에서도 플라스틱 폐기물을 분해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2016년엔 일본 요시다 쇼스케 교토대 연구팀이 PET 분해에 탁월한 능력을 갖춘 효소 2종을 발견한 바 있다.
독일 그라이프스발트대가 연구진으로 참여중인 프랑스 바이오테크 기업 '카르비오스(Carvios)'는 효소로 페트병과 합성섬유를 분해해 재활용하는 기술을 산업적으로 실증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보른쇼이어 교수는 "산업화까지 약 10년이 걸린 셈"이라고 말했다. 카르비오스와 연구진이 효소 연구를 시작한 건 8년 전이다. 각종 실험을 거쳐 논문을 발표하고 상용화를 위한 실증시험을 거듭하고 있다. 그는 "2025년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는데, 이것도 꽤 빠른 속도"라며 "연구실 수준에서는 1년이면 방법을 찾아내지만, 상용화까지 걸리는 시간은 시스템·규제법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훌륭한 연구를 넘어 상용화까지 가는 덴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문제를 해결할 효소를 찾고 효소의 기능을 개선한 후 적절한 파트너 기업까지 찾아야 비로소 상용화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경오염이 전 지구가 당면한 문제인 만큼, 다양한 국가의 여러 연구자가 서로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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