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에서 일본 도쿄로 여행 온 치아라 람비아씨(26·학생)는 여행 가방 2개를 끌고 다니며 하루 종일 쇼핑을 했다. 그는 명품 브랜드 매장이 밀집해 있는 긴자지구에서 의류와 가방, 기념품 등을 구매해 차곡차곡 담았다. 람비아씨는 "일본의 물가가 비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실제로 와보니 전혀 부담이 없었다"며 "독일에서보다 싼 값에 살 수 있는 품목들을 미리 검색해 쇼핑 리스트를 만들었는데 예상보다 구매 물품이 더 늘어 일본에서 여행 가방 1개를 더 사야 했다"고 말했다.
전 세계 명품족들이 일본으로 몰려가고 있다. 엔화 가치가 3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미국은 물론 유럽보다 저렴한 가격에 명품을 구매할 수 있어서다. 여행객들 사이에선 "일본에서 가방·시계 등 고가품을 쇼핑하면 비행기 값을 건진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돌 정도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미국은 물론 유럽 관광객들까지 일본으로 명품 쇼핑을 떠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주요 명품 브랜드 제품의 미국 판매가(세전)와 일본 면세가를 비교했더니 샤넬·태그호이어 등 일부 고가품의 경우 1000달러(137만원) 이상 차이가 났다고 전했다.
이는 미 달러화 대비 일본 엔화 가치가 154엔대로 1990년 이후 3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주요 명품 브랜드들은 차익 거래를 막으려고 전 세계 제품 가격을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하지만 최근 엔화 가치가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하면서 이를 제 때 반영하지 못한 것도 일본과 미국·유럽 간 가격 차이를 키웠다. 이미 지난 몇 년간 가격을 인상한 브랜드의 경우 추가로 가격을 올리는 것이 부담스러워 조정을 못한 측면도 있다.
세계 최대 명품 기업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의 올 1분기(1~3월) 일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2% 급증한 것도 엔저에 따른 명품 쇼핑 수요가 몰린 상황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특히 같은 기간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 매출이 중국의 수요 둔화로 6%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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