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외래병해충 위험성… 과실류 수입 신중해야

머니투데이 홍기정 국립순천대학교 교수 | 2024.04.18 07:33
국립순천대학교 교수
요즘 사과값 고공행진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마트나 시장에서 선뜻 사과를 집어 들지 못한다. 지난 3월 사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88.2%나 치솟았다. 지난해 봄철 냉해, 여름철 잦은 호우 등 기상 악화와 병해충으로 사과 등 일부 과일 공급이 감소되면서 최근 사과는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이에 높아진 과일값을 잡기 위해 검역조치 임시 완화를 통한 외부 공급(수입)을 하자는 주장이 일부 제기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농산물의 '수입'을 확대하면 내수시장에 공급량이 늘어 물가 상승이 억제되며, 소비자들에게 가격 안정성을 제공할 수 있다. 또 국내에서 재배되지 않는 품목이나 특정 시기에 공급이 부족한 농산물을 수입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식생활의 다양성을 확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위험 병해충의 발생이 적고, 식물검역상 위험성을 배제시킨 세척된 상태의 일부 채소류의 경우 기상재해 등으로 특정 해에 수확량이 급감해 가격이 높아지면 공급 확대를 위해 외국으로부터 긴급하게 수입했던 사례는 종종 있었다.

그러나, 과실류의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생과실은 국제적으로 수입국의 농업 및 자연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과실파리류나 심식나방류 등 고위험 병해충의 매개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전면적으로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과실파리류가 국내에 유입되어 정착하게 된다면, 한해 수백억 원 들여 방제를 하고있는 소나무재선충이나 과수화상병 보다 더 큰 피해를 입힐 것이며, 이런 해충이 국내에서 발생을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다른 나라에서는 우리나라로부터 농산물 수입을 제한하여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러한 금지 생과실의 수입은 해당 과일에 서식하는 병해충에 대한 관리방안을 수출국이 제시하고, 수입국에서 그 타당성에 대하여 수입위험분석(IRA; Imported (Pest) Risk Analysis)을 실시한 후, 그 결과 자국 내 피해를 줄 우려가 없다고 인정해야만 가능하다.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되어 있는 모든 국가들은 위생검역조치(SPS) 협정하에 병해충위험분석이 무역의 장벽이 아닌 과학적 원칙하에 이루진다는 데 동의하고 있으며, 이는 모든 국가에서 자국의 자연환경과 농림업산업을 다른 나라에서 들어올 수 있는 병해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행해지고 있는 조치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일본, 뉴질랜드, 미국, 중국을 비롯한 11개 국가로부터 사과 수입 허용 요청을 받아 수입위험분석을 실시 중으로, 우리가 현재 국내에서 망고, 오렌지 등의 외국 과일을 접할 수 있는 것도 장기간의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거쳐 병해충 위험관리방안이 확보되어 가능한 일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과학적 절차를 통한 수출국과의 상호협력을 통해 다양한 과일류를 수입해 소비자들에게는 선택의 폭을 넓히는 기회를 제공해 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러한 기조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일시적으로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생략하거나 간소화하는 등의 사과 수입 허용은 병해충의 위험성 배제를 담보하지 못할뿐만 아니라 과수 재배 농가나 관련 산업에서는 큰 우려가 아닐 수 없다. 또한 국내 수급여건을 해소하기 위해 예외 제도를 시행한다면 지금은 사과지만 앞으로는 모든 과실류에 적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번 허용된 과일 수입은 검역상 금지 병해충이 발견되지 않는 이상 수급문제가 해소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빗장을 잠글 수는 없다.

병해충의 유입 위험성을 배제시키지 못한 과일 수입으로 인해 침입한 병해충을 없애는 데는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지불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고위험 병해충의 유입은 더욱 가속화돼 국내 농업 및 식량안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이며, 그 피해는 온전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다"라는 속담을 교훈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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