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기라기니' 신드롬?..40년전 추억 소환 '스미다 아이코' 무대 화제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 2024.04.17 09:02
방송 후 유튜브 클립으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일본 가수 스미다 아이코의 '긴기라기니 사리케나쿠'/사진= 유튜브 캡쳐


1980년대 불법유통을 통해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던 일본 가요 '긴기라기니 사리케나쿠'가 최근 MBN '한일가왕전'에서 방송되면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9일 밤 '한일가왕전' 2회에서 16세의 일본 가수 스미다 아이코는 또래 한국 가수 김다현과의 대결에서 '긴기라기니 사리게나쿠'를 불렀다. 경연에선 김다현에게 졌지만, 아이코가 부른 '긴기라기니' 방송 3분 분량의 클립은 유튜브에서 단 5일만에 100만 조회수를 돌파할 정도로 관심이 쏠렸다.

유튜브 반응이 폭발적이자 MBN은 3분짜리 기본 영상 외에도 클린영상, 세로영상, 대결영상, 치트키, 숏츠 등 조금씩 편집을 달리한 다양한 버전의 '긴기라기니'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오늘(17일) 오전 현재 이들 클립들의 조회수를 합하면 200만회에 육박하고 있다. 가히 '긴기라기니' 신드롬이라 할 만한 상황이다.

방송 당시 흥얼거리며 노래를 따라부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던 진행자 신동엽은 "사실 제가 중학생 때 굉장히 인기가 많았던 곡이고 학교 밴드활동을 할 때도 이 노래를 많이 들으면서 선배들이 공연을 했던 기억이 난다. 저도 추억 여행을 잠시 떠나면서 무대를 즐겼다"고 감회를 털어 놓기도 했다.

콘도 마사히코.
1981년 데뷔해 망해가던 일본 대형 기획사 쟈니스를 구원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원조 아이돌격인 콘도 마사히코의 대표곡 '긴기라기니'는 일본과 가까운 부산을 통해 한국에 상륙한 뒤 10여 년 이상 전국의 나이트클럽과 롤러스케이트장 인기곡이었다.

일본 음반이 공식적으로 수입되지 않던 때라 불법 제작된 카세트테이프를 통해 대량으로 전국에 유통됐고, 일명 '길보드 차트'를 담당하던 길거리 판매상들이 주로 틀어놓았던 곡이기도 하다. 1980~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에겐 추억의 노래인 셈이다.

'긴기라기니' 자체가 워낙 유명한 노래였지만 일본에서 열렸던 트롯 경연대회 우승자인 아이코가 춤과 함께 흔들리지 않는 가창을 선보인 것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프로그램상 '긴기라기니'를 불렀던 1대 1 라이벌전에서 국민판정단 점수를 많이 받은 김다현에 밀려 졌지만, 유튜브 조회수나 화제성에서 아이코가 훨씬 앞설 정도다. 특히 "유명한 노래인지 몰랐는데 이번에 처음 듣고 좋아졌다"는 젊은 팬도 적지 않고 "손녀 뻘인 아이코의 팬이 됐다"고 고백하는 노년 층까지 몰릴 정도로 전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무대였다는 감상평도 많다.


무엇보다 '긴기라기니'라는 추억의 일본 노래가 일본 가수에 의해 국내 방송에서 불려졌다는 소식은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유튜브 클립 댓글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40년 전 추억이 되살아난다", "콘도가 불렀던 원곡보다 너무 잘 불러 깜짝 놀랐다" 등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긴기라기니' 등 일본 노래를 일본 가수들이 직접 출연해 부르면서 한국 가수들과 경연을 하는 형식인 한일가왕전은 10%를 상회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MBN 음악 예능 '한일가왕전'/사진=크레아 스튜디오

한편 한일가왕전이 방송되면서 일본어 가사 그대로 일본 노래가 국내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화면을 낯설어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일본 가요는 방송에서 금지된 게 아니냐", "언제부터 일본가요가 방송가능했던 건가?" 등의 질문도 쏟아진다.

정부가 1998년부터 2004년까지 단계별로 추진했던 일본 대중문화 개방정책에 따라 음반을 비롯해 방송·영화·출판·애니·게임 등 전 분야에서 이미 '전면 개방' 수준으로 열려 있다. 따라서 일본 영화나 애니 등은 현재 아무 규제 없이 공중파에서도 방송될 수 있고, 일본 가수도 국내에서 제한없이 콘서트를 열 수 있다.

다만 방송국들이 '반일 감정'을 우려해 일본 가수의 출연이나 일본 노래 방송을 자제해왔을 뿐이다. K-팝 아이돌이 이미 연말 NHK '홍백가합전' 등 일본의 상징적인 프로그램에도 주요 출연진으로 뽑혀 대거 참여하고 있는 것과는 대비된다.

'반일 감정'을 걱정해 일본 원곡 무대는 되도록 피해왔던 방송계에선 3회까지 방송된 한일가왕전의 흥행 성공을 주목하고 있다. 일본 가수의 한국 방송 출연에 대해 시청자들의 거부감이 실제론 별로 없다는 점이 확인된다면, 향후 다른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일본 가수를 본격적으로 무대에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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