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16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 비공개 시간과 참모 회의 등에서 언급한 발언들을 공개했다.
먼저 야당과 만남에 대해서는 전향적으로 가능성을 열었다. 이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와 소위 '영수회담' 가능성에 대해 이날 윤 대통령의 '국민을 위해서 못할 게 뭐가 있느냐'는 발언을 거론하면서 "그 안에 다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이 윤 대통령과 만남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민생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이는 기존 대통령실의 입장과는 달라진 면모다. 그동안 대통령실은 '영수회담'이라는 말 자체가 과거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겸할 때나 쓰던 용어로서 오늘날 현실에는 적합하지 않은 회담 형식이라고 밝혀왔다.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 전체가 만나는 방식 등을 추진하되 이 대표와 일대 일 만남은 거부했는데 그 배경에는 온갖 혐의로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범죄 피의자'(혹은 재판 중인 피고인)와 대통령이 얼굴을 맞대는 협상은 부적절하다는 인식이 깔렸다.
다만 만남의 시기에는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정상회담을 할 때도 바텀업 식으로 밑에서부터 협상을 해 가면서 나중에 지도자들이 만나서 타협을 하는 경우도 있고 또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며 "지도자들끼리 딱 어떤 결정이나 결단을 내리고 거기에 맞춰서 실무진들이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대개의 경우는 실무자에서부터 의제라든지 내용이라든지 쭉 논의해 가면서 올라가는 경우가 성공한 경우가 더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5월 말에 새로운 국회가 열리지 않느냐"며 "특히 야당과 소통할 때도 늘 여당이 함께 해야 되는데 아직 여당의 지도 체제가 완전히 갖춰진 건 아닌 것 같아서 최소한의 물리적인 시간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제22대 국회가 개원하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사퇴로 공백이 된 여당 지도부가 새롭게 꾸려진 이후에 여야의 실무협상을 통한 구체적 의제를 숙성시켜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영수회담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당장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범죄 혐의자와 마주 볼 수 없다'는 기존의 강경한 입장에서는 바뀐 태도다.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무총리 등 사의를 표명한 인사들에 대한 교체 인선 발표에도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민정수석 부활 등 대통령실 조직 개편도 숙고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관계자는 "중요한 인사이고 중요한 조직 문제여서 갑작스럽게 결정할 일은 아니고 조금은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언론인 여러분이 기사를 통해서 주는 피드백도 잘 감안하면서 판단해보겠다"고 밝혔다.
당초 윤 대통령은 새 대통령 비서실장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후임 국무총리 후보자에 권영세 의원 등을 우선 검토대상으로 각각 놓고 인선을 추진했으나 현재 원점 재검토하는 상황이다. 변화와 통합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인사를 고심하는 가운데 국무총리의 경우 국회를 장악한 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임명할 수 없다는 점이 고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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