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가 그렇게 좋아?" 중국 중산층들 고개 '갸웃'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 2024.04.17 06:32

당국 "1분기 GDP 5.3% 성장", 중산층은 작년 43% "재산 줄어"…
경제전문가들 "소비에 기대는 회복책은 필패", 가처분소득 늘려야

28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시민들이 쇼핑가를 거닐고 있다. 2024.02.28. /AFPBBNews=뉴스1
중국 정부가 1분기 5.2% 성장의 콧노래를 부르는 동안 중산층들은 조용히 지갑을 닫고 있다. 최근 3년간 자산이 줄었다고 여기는 중산층 비중이 매년 크게 늘어난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올해 소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돈이 돌아야 경제가 산다. 중산층의 가처분소득 증대가 중국 경제회복의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분기(1~3월) 중국 GDP가 잠정 29조6299억위안(5702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성장했다고 16일 밝혔다. 시장전망치를 상회하며 연간 목표치(5% 안팎) 달성 전망도 밝게 했다. 정부는 고무된 분위기다. 성라이윈(盛來運) 국가통계국 부국장은 "농업생산이 양호한 가운데 산업생산은 급격하게 증가했고, 서비스업도 양호한 성장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날 발표된 3월 경제지표들은 웅변하는 방향이 다르다. 1~2월 반짝 호실적에 힘입어 1분기 누적 지표가 개선되는 한편, 이에 힘입어 전체 GDP 볼륨도 커졌지만 3월 실적은 대부분 크게 꺾었다. 전체 추세가 우하향하는 가운데 현장의 전망도 어둡다.

실제 3월 중국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4.5% 늘었는데, 1~2월 실적인 7.0%는 물론 시장 전망치인 5.4%를 큰 폭으로 하회한 숫자다. 내수경기 바로미터인 소매판매는 3.1% 증가에 그쳐 역시 1~2월 5.5%는 물론 시장 전망치 4.5%를 밑돌았다. 3월 주택가격은 전년비 2.2% 줄어들며 9개월 연속 마이너스. 1~3월 고정자산투자가 예상 대비 소폭 늘어난 게 위안거리다.

엇갈린 실적이 발표된 날 아침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국영 신화통신 기자 출신으로 경제채널을 운영 중인 우샤오보가 중국 중산층을 대상으로 조사해 연초 발표한 '2023 신중산층 백서'의 내용을 전했다. 조사 대상 중산층의 43% 이상이 "2023년에 재산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같은 응답 비율은 지난 2021년엔 8%에 불과했는데, 2022년 31%에 이어 2년째 수직 상승이다.

더 눈길을 끄는 건 응답 중산층의 절반이 자산보존에 중점을 두고 소비에 보수적으로 돌아섰다는 거다. 연소득 20만 위안(약 3800만원) 이상 가정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투자·소비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전년 대비 10.6%포인트 늘어난 46.1%에 달했다. 투자 태도가 긍정적으로 돌아섰다고 답한 응답자는 9.8%에 불과했다. 2022년의 21.4%에 비해 급감했다.


29일 홍콩 법원으로부터 청산 명령을 받은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이 베이징에 소유한 상업시설이 에스컬레이터 가동이 멈춰서는 등 굳게 폐쇄된 모습이다. 이날 홍콩 법원은 헝다그룹이 실현 가능한 구조조정안을 내놓지 못했다며 국제 채권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헝다그룹 측은 채권단 권익 보장을 전제로 경영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2024.1.29. /AFPBBNews=뉴스1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더 부정적인 입장 일색이다. 응답 중산층 중 부동산을 구입할 계획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2022년 55.8%에서 지난해 77.2%로 수직 상승했다.

그나마 지출을 유지하는 대목은 자녀에 대한 교육이다. 또 여행에 대한 지출도 가계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했는데, 제로코로나 해금 이후 눌렸던 여행 수요가 크게 늘어난 여파다.

실제 부동산 지표는 말 그대로 바닥이다. 이날 발표된 3월 신규 주택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2.2% 줄었는데, 전월 -1.4%에 비해 낙폭을 키운 것은 물론 시장예상치인 -0.2%도 크게 하회했다. 주택가격지수는 지난해 5월 0.1%로 반짝 플러스 전환했지만 6월 0.0%를 기록한 이후 다시 마이너스 전환, 9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1~3월 부동산 투자액도 전년비 무려 9.5% 줄었다.

중국 내에선 이날 발표된 GDP 성장률에 대해 경제에 동력을 공급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소비에 기대를 건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루이즈 쿠이즈 S&P(스탠더드앤푸어스) 아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주요 위협은 부동산과 소비의 약세인데, 중국 정치인들은 제조업 투자 촉진으로 이에 대응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과잉생산만 촉진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현장이 기대하는 건 가계 가처분소득 증대를 위한 정책이다. 리쉰레이 중타이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높은 저축률과 높은 가계부채의 원인인 GDP 대비 낮은 가처분소득 구조가 중국 경제의 취약 원인"이라며 "지난해 소비는 총 GDP의 54.7%에 불과했는데 이는 선진국과 개도국 대부분의 70~80%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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