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안 좋아" 병원 아무리 가봐도 '이상없음'…진짜 이유 따로 있었다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 2024.04.16 09:56

[박정렬의 신의료인]


몸은 아픈데 병원에서는 별 이상이 없다고 진단하는 경우가 있다. 뚜렷한 원인 없이 통증, 피로감, 소화불량, 어지럼증 등 신체적인 증상이 지속되는 질환을 신체증상장애라 한다.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하지만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에는 이상소견이 나타나지 않아 환자를 절망에 빠트린다. 정신건강의학과가 다루는 분야임에도 신체 증상에만 초점을 맞추는 탓에 내과, 신경과, 마취통증의학과, 이비인후과 등 애꿎은 진료과를 전전하다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런 신체증상장애가 실제 기분에 영향을 받고 특히 '불안'과 '분노'가 환자의 통증을 더 심각하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혜연 교수 연구팀(아주대 박범희 교수)은 신체증상장애의 발병 원인과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신체증상장애 환자 74명과 건강한 대조군 45명을 비교한 결과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팀은 연구 대상인 두 그룹을 대상으로 휴식상태의 기능적 MRI 검사, 혈액검사, 임상심리학적 검사, 혈액 내 신경면역표지자, 임상증상점수(신체증상, 우울, 불안, 분노, 감정표현 장애) 등을 비교 분석했다. 신체증상장애는 신체 감각이나 자극, 감정, 스트레스를 처리하고 조절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의 기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DMN은 멍한 상태이거나 명상에 빠졌을 때 활발해지는 뇌 영역이다.

그 결과 신체 증상 환자는 대조군에 비해 더 심각한 기분 증상(우울·불안·분노)을 보이고 일부 DMN의 연결성이 저하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불안과 분노는 신체 증상과 DMN의 기능적 연결성 관계에서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불안하거나 화가 날 때 복통, 어지럼증과 같은 통증을 더 심하게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박혜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사진=분당서울대병원

이는 기분이 통증 등 감각을 제대로 인식하고 처리하는 DMN의 기능을 저하시켜 왜곡된 감각 처리를 유발해 신체증상을 증폭시키거나 과 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분노의 감정이 위액 분비, 내장 통증에 대한 민감도를 증가시켜 기능적 위장장애나 복통을 악화시키는 식이다.

이번 연구는 기분이 신체증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과학적인 근거를 밝히고 신체증상장애에 관여하는 뇌 영역을 탐색한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평가된다. 박혜연 교수는 "불안이나 분노 등 기분 증상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면 신체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연구로 확인됐다"며 "DMN가 신체증상장애에 주요한 '허브'인 만큼 관련된 인지행동치료나 신경자극치료 등을 적극적으로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는 최근 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뇌, 행동 면역'(Brain, Behavior and Immunit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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