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법원은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전의교협 교수 33인 △전공의·의대생 △전공의·수험생 등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를 상대로 "의대 정원 증원과 배정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 4건의 집행정지 신청에도 모두 각하 결정을 냈다. 집행정지란, 행정 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때 법원이 해당 처분의 효력을 한시적으로 정지하는 결정이다.
이 가운데 1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전공의인 신청인(박단)이 처분의 상대방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신청인 적격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신청은 부적법"이라고 밝혔다.
최수진 부장판사는 "박 위원장이 주장하는 '양질의 전문적인 수련을 받기 위해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제한할 권리 또는 이익'이 이 사건 관련 법규에서 전공의에게 인정하는 구체적인 법률상 이익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의대 증원에 의해 양질의 수련 또는 의학교육을 받는 데 어려움이 발생한다는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는 각 대학의 교육 여건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라며 "각 대학의 교사 시설 구비 및 적정한 교원 수 확보를 통해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공의와 의대생 등 5명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입학정원 증원처분 등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 대해서도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박정대)는 4일 집행정지를 각하하며 "신청인(전공의·의대생)들이 의대 증원 처분의 직접적 이해 당사자가 아니다. 증원 처분의 직접적인 상대방은 의대를 보유한 각 대학의 장"이라고 판단했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처분 상대방이 아닌 제3자에 불과하다는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역시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된 의대 교수들은 항고장을 내며 맞서고 있다. 전의교협 측을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는 "서울행정법원의 집행정지 각하 결정에 대해 서울고법에 항고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김준영)는 전의교협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를 상대로 제기한 의대 정원 증원 및 배정 처분 취소소송의 집행정지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며 "신청인들이 언급한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등 대학원 입학정원에 관한 규정으로 의대 증원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못 박았다.
법원의 잇따른 기각 판결에도 의대 교수들은 '소송해달라'며 각 대학 총장을 설득하고 있다. 40개 의과대학 교수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찬종 이병철 변호사에 따르면 이들은 각 대학교 총장에게 "총장이 행정 소송의 원고로 참여해주길 바란다"며 내용증명을 보냈다.
그러면서 "지난 한 달 동안의 소송을 통해 신청인(대학)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하고 긴급하다는 점, 정부가 주장하는 공공복리는 과학적, 절차적, 민주적 정당성이 없다는 점이 충분히 입증되었다"며 "'대학의 장'인 총장님이 행정 소송의 원고로 참여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병철 변호사는 "현재 40개 의대 중 24개 의대교수 평의회가 자기 소속 총장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했지만, 현재까지 이에 응답한 총장은 없다"며 "고등교육법상 2025년도 입시요강에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분을 반영할 수 없으며, 반영하면 불법이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의대 교수들은 대학 총장이 동참하지 않을 경우 헌법소원 여부를 결정한다는 전략이다. 이 변호사는 "대학별 입시요강은 다음 달 말 (마무리될) 예정이므로, 한 달 보름 정도 시간이 남았다"며 "다음 주 초까지 의대 교수들의 내용증명을 취합하고, 이를 토대로 헌법소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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