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공격 이후 이스라엘의 대응 수위에 국제사회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복 수위에 따라 중동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는 만큼 미국과 다른 동맹국은 물론 중동의 주변국들까지 물밑 외교에 나섰다. 이번 사태 향방은 미국 대선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외신을 종합하면 13일(이하 현지시간 기준)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이란이 미사일 300여기를 이스라엘 본토로 날렸으나 99%가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이스라엘이 자체 개발한 대공 미사일)을 비롯 다층 방공망으로 격추됐다. 사망자도 없어 이란의 공격 규모에 비해 인명 피해가 작다.
이번 공격은 이달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고위 지휘관을 제거한 지 12일 만에 이뤄진 이란의 무력 시위다. 이란은 추가 공격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스라엘로서는 이란이 45년 만에 본토를 직접 공격한 마당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인명피해가 크지 않은 점을 감안해 보복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스라엘도 15일 미국에 이란과 심각한 확전을 원하진 않는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구체적인 대응 수위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을 물리치면 그의 강경우파 세력이 위축됐던 입지를 강화할 기회로 삼을 수 있다. 14일 전쟁내각 회의에선 의견이 정리되지 않았다.
이스라엘의 이번 방어전에는 미국은 물론이고 영국과 요르단까지 힘을 보탰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향해 보복 수위를 높이면 이스라엘에 영공을 열어준 요르단을 비롯 아랍의 우호국이 설 자리가 사라진다. 이스라엘의 방어를 도운 요르단을 향해 벌써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이번 공격이 시위 성격에 가까운 것으로 해석한다. 이란은 공격 전 수차례 사전 경고를 통해 이스라엘과 주변국이 대비할 수 있게 '외교적' 제스처를 취했다. 피해를 제한하기 위해 '매우 조정'된 공격을 단행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군이 이스라엘과 미국의 방공망이 전시에 어떻게 작동하는지 관찰해 귀한 정보를 얻었다고 짚었다.
한편 중동의 불안한 정세는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악재가 되고 있다. CBS방송과 여론조사업체 유거브가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이 일어나기 전인 지난 9~12일(현지시간) 미국의 성인 239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바이든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정책을 지지하는 응답자는 33%로 6개월 사이 11%포인트 줄었다. 이란의 공격 이전 조사이기 때문에 수치는 악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중동 불안은 유가를 띄워 인플레이션을 높일 수 있는데, 경제 문제 역시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의 약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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