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증권·규제당국은 15일 양대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이더리움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어 중국 최대 자산운용사 화샤기금(ChinaAMC)과 보세라자산운용은 각각 별도 성명을 내고 현물 ETF 승인 소식을 전했다. 이에 따라 홍콩은 아시아 최초로 가상자산 현물 ETF를 승인하는 시장이 됐다.
홍콩은 도쿄·싱가포르·두바이 등과 물밑에서 그간 가상자산 허브 위상을 놓고 은밀히 경쟁을 벌여왔다. 현지에선 이번 ETF 출시를 통해 홍콩이 가상자산 거래 시장에서 한 발 앞서나가는 한편,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서의 영향력도 일부 회복할 수 있을 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중국 정부는 기본적으로 가상자산에 부정적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7년 9월 규제당국을 통해 ICO(가상화폐 상장)를 금지한데 이어 2022년에는 가상화폐 채굴 자체를 금지시켰다. 사실상 중국 금융시장과 투자자들을 가상자산으로부터 격리시킨 셈이다. 비트코인에 투자됐던 중국 현지 자금 중 상당수가 이 과정에서 해외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홍콩을 통한 가상자산 현물 ETF를 승인한 데는 이를 통한 자금 유입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명목상으로 이원화 돼 있는 홍콩을 활용하면 가상자산을 금기시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이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중국은 반대지만 국제도시인 홍콩을 통해서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거다.
가상자산을 통한 자금조달은 중국 정부도 더이상 외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올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하면서 미국 11개 ETF는 현재까지 약 590억달러(약 82조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블랙록으로만 150억달러가 향했다. 홍콩을 통해 해외 자본이 유입된다면 중국 정부의 외자유치 고민을 일정정도 해소할 수 있게 된다.
아시아의 금융허브에서 이제는 금융허브 유적이 됐다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는 홍콩의 상황을 감안해도 이번 결정은 의미가 있다. 코로나19(COVID-19)를 거치며 해외자본과 지역 인재 유출이 가속화하고 있는 홍콩은 전환점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며, 가상자산이 분위기 전환의 레버리지가 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암호화폐 채굴을 금지시킨 2022년 10월 '홍콩 가상자산 개발에 관한 정책선언'을 발표했다. 본토에서는 가상자산을 규제하겠지만 홍콩은 가상자산의 플랫폼으로 계속 남겨두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해석이 나왔다. 홍콩법원이 이후 '암호화폐는 재산이며, 특히 신탁할 수 있는 자산'이라는 전향적 판결을 내린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비트코인 선물 ETF에 이어 이번에 현물 ETF를 승인하면서 홍콩의 기대는 더 커진다. 32만여명이 가입한 중국 경제포털 허신왕(和訊網) 소속 쉬진(徐瑾)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되면 홍콩은 자본유입은 물론 큰 상시장의 형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며 "투자엔 항상 위험이 따르지만, 가까운 미래에 중국 본토에서도 현물 ETF를 구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기대와 동시에 우려도 제기된다. 홍콩이 정말 가상자산 현물 ETF 시장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두고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에 승인을 얻은 자산운용사들은 모두 홍콩계가 아니라 중국 본토계다. 현물 ETF는 홍콩에 상장되는데, 본체는 중국 본토의 규제를 받는 구조라는 뜻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중 금융관계자는 "중국이 홍콩을 통한 외자유치를 기대하며 현물 ETF를 승인한 듯 보이지만 중국 정부가 기본적 정책방향상 가상자산을 인정하지 않는 데다 운용사가 모두 중국 본토계라는 점에서 정책 배경에 대한 명확한 해석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승인은 했지만 미국과 달리 정상적으로 상품이 운용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ETF 소식에 상승세를 보인다. 한국시간 15일 오후 4시 기준 24시간 전보다 2.78% 오른 채 거래됐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