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트 디자이너 박용락 '고딕 폰트 디자인 워크북' 출간 인터뷰

머니투데이 이동오 기자 | 2024.04.15 16:36

25년차 선배 폰트 디자이너가 전하는 노하우와 응원

누구든지 일하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도전과 고민, 방황이 있다. 특히 폰트 디자이너라는 좁고 깊이 있는 디자인 분야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면서 일을 잘하고 싶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함이 더 크다. 한발 앞서 일하며 쌓은 경험과 시행착오 끝에 단단해진 25년 경력의 선배 디자이너가 정리한 생각과 노하우를 나누는 책 '고딕 폰트 디자인 워크북'의 저자 박용락 폰트 디자이너와 만났다.

박용락 폰트 디자이너/사진제공=폰트릭스
-'고딕 폰트 디자인 워크북'은 폰트 디자인 기본 개념 > 디자인 기획 > 디자인 실전 > 디자인 실전 사례 순으로 입문자 및 초보자에게 걸음마를 알려주는 자습서 같다. 집필 계기는.
▶10년 전부터 그동안 폰트를 제작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정리해 후배들과 널리 나누고 싶었지만 업무가 많다는 핑계로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매번 신입 사원에게 같은 말을 반복하며 지도하다 보니 책 집필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폰트 디자인에 관심은 있지만 적성에 잘 맞을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일은 강도보다는 일이 성격에 맞고 재미있는지가 포인트다. 본인이 좋아하면 내부에서 새로운 에너지가 계속 나오기 때문에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있는 에너지를 다 사용하고 나면 방전이 돼서 더 이상 일을 하고 싶지 않게 된다. 다른 직종도 그렇겠지만 폰트 디자인은 유독 반복적인 업무가 많아서 성격에 맞지 않으면 견디기 어려운 직종이다. 내가 엉덩이가 무겁고 진득이 오래 할 수 있는 성격을 가졌는지도 중요한 덕목이다. 그것도 결국 일이 재미있으면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25년간 만든 폰트가 어떤 폰트로 자리매김했으면 하고 바랐는지. 당시의 생각과 연차별 생각의 변화가 있었는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음악이나 패션 같은 유행이 정말 빨리 변한다. 폰트도 그렇다. 본래 폰트는 오랫동안 제작해 아주 세세한 부분도 신경 써서 만들었는데, 지금은 유튜브 등의 섬네일이나 자막에 사용할 눈에 띄는 폰트들을 선호하다 보니 인스턴트식품처럼 빠르게 제작되어 나오는 추세다. 유행에 따라 만들어진 폰트들은 당연히 빨리 소비되고 오래 사용하지 않게 된다. 물론 그런 폰트도 사용자가 찾는다면 필요한 폰트다. 다만 저는 영문의 헬베티카(Helvetica) 같은 정말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그런 폰트를 만들고 싶었다.


책에서도 얘기했는데, 5년 이하의 연차일 때는 고딕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너무 막막하다. 현재 출시된 고딕 폰트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어떻게 문제를 개선하면 좋을지에 대한 관점 자체가 없다 보니 새로운 고딕을 만들 수 없었다. 연차가 10년 정도 쌓이니까 비로소 서서히 보이고 15년 이상이 되니까 관점이 생기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물론 그전의 연차라도 못 만드는 것은 절대 아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그랬다. 제 책을 지금 시작하는 폰트 디자이너가 읽으면 폰트를 제작할 때 선배 디자이너가 겪은 많은 시행착오를 덜 겪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업계에서는 완성도 높은 본문용 폰트 디자이너로 명성이 높다. 폰트 사용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나만의 무기는.
▶책에도 언급했듯이 쉼표 디자인 하나만 봐도 디자이너가 얼마나 신경 썼는지 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이 있듯이 말이다. 결국 디자이너가 소홀히 디자인 하면 사용자들이 실망할 수도 있지만 어느 한 부분에서 감동하면 그 폰트의 팬이 된다. 그래서 다른 이들에게 그 폰트 한번 써보라고 하는 영업사원이 되는 경우도 있다. 저는 꾸밈이 많은 폰트보다는 아주 중립적이지만 기본이 되는 폰트 쪽에 강점이 있다. 앞서 말했듯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폰트를 만들고 싶기 때문에 더욱 그런 쪽을 선호한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는.
▶쉐어엑스(SHARE X)와 인터넷 강의를 준비 중이다. 개인적으로 'Rakfont'라는 브랜드를 하나 더 만들었다. 당연히 '폰트릭스' 폰트나 의뢰받은 전용 서체 제작에 힘을 가장 많이 쏟겠지만, 인터넷 강의와 개인 브랜드 폰트 제작에도 신경을 쓰고 싶다. 미래형 폰트인 베리어블폰트를 지금도 계속 만드는 중이고, 제작에 지속적으로 도전할 예정이다. 원래 목표인 정말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기본형 폰트도 계속 만들어가겠다. 그래서 'Rixfont' 브랜드를 떠올리면 쓸 만한 기본형 서체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폰트 디자인 회사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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