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민은행은 15일 만기가 돌아온 MLF(중기유동성지원창구) 금리를 2.5%로 동결한다고 15일 밝혔다. MLF는 인민은행이 중국 시중은행에 대출을 해주는 담보대출에 대한 금리다. 내리면 시중은행으로 나가는 돈이 늘어난다. 그만큼 시장에 유동성이 더 풀리고 경제가 활성화할 수 있다.
시장의 전망은 당초 엇갈렸다. 위안화 약세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인민은행이 금리를 내리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왔다. 반면 신용평가사 피치가 중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강등하고, 위안화 신규대출 등 일부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
인민은행이 큰 고민 없이 MLF 금리를 동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는 22일 발표되는 사실상 정책금리인 LPR(대출우대금리) 역시 동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국 정부가 당분간 금리동결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도 역시 커졌다.
연초 중국 경제는 말 그대로 혼조세다. 산업생산과 투자 등 일부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PMI(구매관리자지수) 등 경기 전망 지표들도 전년 대비 나아지고 있다. 경제현장의 전망은 긍정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실질지표인 수출은 1~2월 회복에도 불구하고 3월 큰 폭으로 주저앉았다. 바닥경기를 의미하는 CPI(소비자물가지수) 등도 여전히 맥을 못 춘다.
수출 부진은 중국 정부 딜레마의 핵심이다. 가뜩이나 과잉생산이 계속되는 중국에서 물건들을 내다팔지 못하면 물가는 더 떨어지고 중국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디플레이션(장기 물가하락에 따른 침체) 우려가 커진다. 수출과 함께 중국 경제 부진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인 부동산 시장은 말 그대로 백약이 무효다. 거의 모든 부동산 관련 지표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부동산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스탠스는 중국의 고민을 그대로 보여준다. 중국 경제 실세인 허리펑 부총리는 지난 13~14일 허난성 건설 현장과 금융기관을 시찰하며 "화이트리스트 기준에 부합하는 부동산 프로젝트에 대해 적극 자금을 지원하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MLF금리는 동결했다. 은행에 부동산 기업을 도와주라면서 필요한 자금은 내주지 못하는 모습이다.
중국 정부가 대대적 부양책을 망설이는 건, 부양책엔 대가가 뒤따를 수밖에 없어서다. 게다가 계속된 경기부진으로 기초체력이 약해진 상황이다. 고도성장으로 체력이 비축됐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때도 경기부양 이후 거센 후폭풍을 맞았었다. 또 중국 경제엔 다양한 외부변수가 있다. 결국 경제 펀더멘털이 강화되지 않으면 정부 지원만으로 변수를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게 중국 정부의 판단이다.
다른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인위적 부양책이 지방정부의 방만한 재정 문제를 더 키우면서 오히려 미래에 터질 시한폭탄을 더 키울거라고 생각한다"며 "당장 지원받을 기업이나 현장이 아니라 엉뚱한 사람의 주머니를 채우게 될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가 현 상황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관건은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부동산시장 구조조정이 연말까지 얼마나 질서있게 이뤄지느냐다. 부동산 부실을 일정 털어낼 수 있다면 이와 연계한 지방정부 부채 문제도 안정세를 보일 수 있다. 부실한 기업들이 모두 사라지면 우량 기업들을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할 여지도 생긴다.
이 재중 관료는 "중국 정부가 부동산 구조조정 성과를 보일 수 있을지 여부가 향후 수년간 중국 경제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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