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돈 남아도는데...대출할 곳이 없다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 2024.04.14 05:41
자료: 각 사 결산공시. 주요 저축은행 유동성 비율/그래픽=윤선정
저축은행들이 신규 여신처를 찾지 못하면서 유동성비율이 일제히 상승했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충당금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올해 저축은행의 수익성 방어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14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SBI, OK, 한국투자, 웰컴, 애큐온, 페퍼저축은행 등 총자산 기준 업계 상위 6개사 중 OK저축은행을 제외한 5개사는 지난해말 기준 유동성비율이 전년말 대비 모두 상승했다. 6개사의 단순 평균 유동성 비율은 176.13%에 달한다. 전년말(161.37%)대비 14.76%포인트 늘었다. OK저축은행은 2022년 고금리 수신을 받으면서 유동성 비율이 일시적으로 급등했다. 그 기저효과로 유일하게 전년 대비 줄었지만 여전히 184.46%의 높은 유동성비율을 유지했다.

저축은행 상위권 회사의 유동성이 풍부한 이유는 마땅한 여신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 우량한 부동산 PF도 있지만 충당금 부담과 여러가지 규제에 막혀 신규 대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령 담보 인정 비율이 높아 일반 대출 수준으로 충당금을 쌓았던 토지담보대출은 PF와 동일한 수준으로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브릿지론은 사업자가 땅 계약금의 10%만 보유하면 대출이 가능했다면 지금은 땅비용, 취등록세, 일정기간의 이자비용을 합한 금액의 최소 20%는 자기 자본으로 갖고 있어야 대출이 가능해 할 수 있는 사업장이 극히 제한적이다.

또 부동산 PF 시장이 선순환 되지 않고 잠겨 있으면서 신용공여 총액에 걸려 신규 대출이 불가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은 업종별로 신용공여한도가 있는데 PF대출은 신용공여 총액의 20%, 건설업은 30%, 부동산업은 30%을 각각 넘어서는 안 된다. 또 건설업·부동산업을 합산해서는 신용공여 총액의 5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 받고 있다. 기존 부동산 PF 사업장을 정리하면 신규 대출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지만 현재로서는 향후 부동산 경기 회복 등을 기대하면서 경·공매 진행을 주저하는 분위기다.


자료: 금융감독원/ 저축은행 가계대출 전월대비 증감 추이/그래픽=윤선정
올해 들어 가계 대출 규모도 매달 감소 폭이 커지고 있다. 전월 대비 기준으로 올 1월 1000억원이 늘었지만 2월에는 1000억원, 3월에는 3000억원 줄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금은 쌓이는데 대출이 안 되니까 최근 업무 권역의 유동성이 200%를 넘어선다"면서 "돈을 쌓아두고 있는 것이니 정상적인 경영 형태는 아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조만간에 PF 사업장별로 재평가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기준은 더 엄격해지고 이로 인한 충당금 부담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은행은 이미 지난해 PF대출 관련해 선제적인 대손충당금 적립 등으로 관련 비용이 전년 대비 1조3000억원 늘었다. 반면 조달비용 증가 등에 따른 이자 손익은 1조3000억원이 줄면서 555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충당금 부담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대출 성장의 길은 막혀 올해도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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