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소재와 볼거리로 몰입감 배양하는 '지배종'

머니투데이 한수진(칼럼니스트) ize 기자 | 2024.04.12 15:19

이수연 작가와 주지훈 한효주 이무생의 환상적 만남

사진=디즈니+


여물 먹고 자란 소나 돼지가 아닌 실험실에서 줄기세포로 배양된 인공 고기가 밥상에 오른다면 거리낌 없이 먹을 수 있을까.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지배종’(각본 이수연, 연출 박철환)은 배양육이 전통적인 동물 고기를 대체한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작품 배경은 그다지 먼 미래에 있지 않다. 실제로 미국과 싱가포르는 배양육에 대한 시판을 승인했다. 유명 기업가 빌 게이츠는 배양육 스타트업에 수십 조 달러를 투자했다. 전 세계 여러 기업들은 배양육을 미래 먹거리 해결책으로 보고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배종’은 곧 현실이 될 이야기다.


판타지가 아니기에 ‘지배종’은 피부에 와닿는 흥미를 유발한다. 배양육에 대한 현실성을 관통하며 누군가에게는 기대감을, 누군가에게는 불쾌한 골짜기의 찜찜함을 들게 만든다.


‘지배종’은 새로운 인공 배양육의 시대를 연 생명공학기업 BF의 대표 윤자유(한효주)와 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퇴역 장교 출신의 경호원 우채운(주지훈)이 사건에 휘말리며 이를 추적해가는 이야기를 그리는 서스펜스 스릴러물이다. ‘지배종’은 윤자유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파생한다. 윤자유는 극 중 배양육을 대중화를 이끌며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한 최고의 글로벌 기업 BF의 CEO다. 그는 BF의 성공을 이끌며 부와 명예를 거머쥔 인물이지만, 1차 산업을 건드렸다는 이유로 수많은 세력으로부터 위협을 받는다.


사진=디즈니+


지난 10일 공개된 1, 2화는 수산물 신제품 출시 발표회에 나선 윤자유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윤자유는 회견장에서 “세포 배양육은 기존에 가축을 키우고 사료를 경작하는데 드는 땅의 1%의 면적만으로 같은 양의 먹거리를 생산해 낸다”라며 “저희 BF가 지구 온난화 방지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게 너무나 뿌듯하다”라며 BF가 파괴나 희생 없이 청정 먹거리를 만드는 그룹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아직 완벽하지 않습니다.” 윤자유가 회견장에서 덧붙인 이 말처럼 BF가 만들어낸 세상은 완벽하지 않다. 회견장을 나선 윤자유의 차에는 농업종사자들이 울분을 담아 던진 채소가 한가득이다. BF로 인해 대중 먹거리가 배양육으로 바뀌면서 전통적인 농업 커뮤니티에 경제적 타격을 입힌 탓이다. 그의 차량 위로 의문의 남성이 투신하는 일도 벌어진다. 투신한 남성의 정체 역시 BF 때문에 생계를 잃은 낙농업자다.



이 외에도 1, 2화부터 ‘지배종’은 다양한 사건사고를 속도감 있게 전개한다. BF의 핵심 기술인 배양액이 오염됐다는 악성 루머를 시작으로, 거액을 요구하는 의문의 내부 서버 해킹 사건이 그려진다. 윤자유는 밀착 경호원인 우채운의 추적 덕분에 서버 해킹이 내부자 소행임을 알게 되고, 주변 인물을 의심하는 모습으로 2화를 끝맺는다.


사진=디즈니+


‘지배종’은 서막부터 흥미로운 속도감으로 서사를 쌓는다. 배양육 생산 과정을 묘사하는 CG는 한국 드라마 기술 발전을 돌아보게 만든다. 한효주, 주지훈, 이희준, 이무생, 박지연 등 네임드 있는 출연배우들의 안정감 있는 연기도 몰입감을 높인다. 한효주가 ‘지배종’ 제작발표회에서 “‘지배종’이 ‘무빙’만큼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던 발언은 바람이 아닌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극의 중심부를 이끄는 한효주는 수많은 책임을 껴안은 CEO의 고로(苦勞)를 숨소리 하나에도 세심하게 실어넣는다.


하지만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소재다. 배양육이라는 생소한 재료로 한국형 SF 서스펜스 장르의 저변을 넓힌다. ‘지배종’이 다루는 생명공학의 개발은 현재 기술과 윤리적 문제들에 깊이 연관되어 있다. 배양육은 미래가 아닌 현재의 가능성과 도전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한 육류 가공은 대규모 농지 사용 감소,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동물 복지 향상 등 환경 보호에 기여할 수 있다. 반면 윤리적 논란, 생태계 균형, 기업 독과점에 대한 잠재적 위험 등도 존재한다.


극 중 BF는 Blood Free를 의미한다. 사명처럼 살생에서는 자유롭지만 세포 증식으로 만들어진 고기 묘사 장면을 보고있자면 불쾌한 감정이 밀려온다. 이는 ‘지배종’이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미래의 식품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성찰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단순한 상상력을 넘어 현재의 기술 발전 속도와 사회적인 대응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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