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여권에 따르면 전날 사퇴 기자회견에서 "어디서 뭘 하든지 나라를 걱정하며 살겠다"고 밝힌 한 전 위원장은 잠행에 들어갔다. 정치권에선 한 위원장이 '정치를 계속 할 것이냐'는 질문에 "약속은 지킬 것"이라고 밝힌 만큼 당 안팎에선 한 위원장이 일정 기간 잠행을 하다가 적절한 정치 재개 시점과 방식을 모색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은 거센 정권 심판 바람 속 여권에 쉽지 않은 선거란 예측이 나왔지만 현재(114석)보다도 적은 의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평가가 민망할 정도의 참패라는 지적 속에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깜도 안 되는 한동훈이 대권 놀이 하면서 정치 아이돌로 셀카만 찍다 말아 먹었다"고 맹비난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한 전 위원장에 대해 "이번에 차기 대권 구도에서 탈락했다고 본다. 선거를 이끄는 정당 리더로서의 모습을 잘 보여주지 못했다"라며 "여전히 검사로서의 모습만 많이 보여주지 않았나 평가한다"라고 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한 위원장에게 여전히 정치적 재기의 기회가 남아있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총선기간 중 '정치인 한동훈' '대권주자 한동훈'의 상품성을 확인했고, 지역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치러진 선거의 패배 책임을 오롯이 한 전 위원장에게만 돌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비대위원장 취임후 107일 강행군 과정에서 한 전 위원장의 이미지가 과다하게 소진된 측면에서 일정기간 '휴지기'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같은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한 전 위원장이) 국내에 남아서 여러 가지 정치 활동을 위해서 방향을 모색할 것"이라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도 만들어주고 당 비대위원장도 만들어줬다면 지금부터는 본인이 개척해야 하고 그 과정은 굉장히 어려운 과정"이라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의 복귀 시점으로 2년 후인 지방선거를 꼽는 목소리도 있다. 당장 당권에 도전하기엔 명분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한 전 위원장에게 다시 당권을 맡긴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한 전 위원장이 차기 당권에 도전할 경우 예기치 않은 당내 분열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 전 위원장 입장에선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 상황도 있었고 정치적으로 이미지가 소진된 측면도 있기 때문에 잠행하면서 때를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 대선이 본격화되기 전 정치적 이벤트로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 등이 예정된 만큼 그즈음에 다시 등판해 선거를 지휘하거나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대권 행보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윤재옥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총선 패배 후 붕괴한 당 지도부 구성과 수습책 마련에 착수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수습 방안에 대해 중진 의원들의 고견을 듣고서 여러 의견을 종합해 당을 어떻게 수습할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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