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 만드는 것보다 낫다고?…'마르지 않는 금맥' 찾는 HD현대, 한화

머니투데이 이세연 기자 | 2024.04.13 07:21


HD현대 정기선 부회장이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에게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야드와 건조 중인 함정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HD현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미국 해군 함정 유지·보수·운영(MRO) 사업에 뛰어든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투자를 지속하는 식이다.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미국 해군 MRO 시장을 잡는다면, 이를 디딤돌 삼아 방위산업에서 퀀텀 점프를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1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북미 지역 최대 규모의 해양 방산 분야 전시회인 '해양 항공우주 전시회'에서 글로벌 터빈 기업 GE에어로스페이스와 함정 추진체계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특히 양사는 미국 해군 MRO 사업을 포함해 수출 함정에 대한 MRO 사업으로도 협력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GE에어로스페이스의 기술 지원을 확보하며 시장 진출의 기반을 마련했다.

미국 해군 MRO 시장은 연간 20조원에 달한다. 세계 최대 규모다. 미국은 항공모함을 비롯해 500척 가까운 함선을 보유하고 있는데, 현지 조선소가 낡은 데다 인력이 부족해 신규 군함 건조는 물론이고 MRO를 받지 못한 함정의 수가 늘고 있다. 시장의 크기뿐 아니라 꾸준한 수요가 발생하는 것도 MRO 사업의 매력 요소다. 함정은 최대 40년간 운영하며 주기적으로 유지 보수 정비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구매 비용보다 더 많은 돈을 MRO에 지출한다.

미국 해군성 카를로스 델 토로 장관(왼쪽 두번째)이 지난 2월27일 한화오션을 방문, 권혁웅 한화오션 대표이사(왼쪽 세번째)의 안내를 받아 함정 건조 현장을 둘러보고 미 해군 MRO사업을 포함한 함정 사업 수행을 위한 시설과 준비사항 등을 점검하고 협력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사진제공=한화오션
한국 기업들은 시장 진출을 위한 노력을 벌이고 있다. 군함 설계부터 유지·보수까지 전 과정을 맡게 되면 방산시장에서 활로를 더욱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미 해군 함정 MRO를 위한 자격인 MSRA를 신청했다. 올해 초에는 야드 실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조직 개편을 통해 군함 MRO 조직을 처음 신설했다. 올해엔 미국 법인 '한화오션 USA 홀딩스'에 1818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며 미국 MRO 시장 진출에 나섰다.

미국도 한국 조선사와의 협력을 원한다. 지난 2월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은 이례적으로 울산, 거제 등 한국의 조선소를 방문해 한국의 함정 건조 역량을 살폈다. 델 토로 장관이 한국 조선업의 역량을 높이 평가하며 시장 진출 기대감이 높아졌다. 델 토로 장관은 지난 9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에서 열린 '해군 리그' 행사에서 한국 조선소를 방문한 경험을 언급하며 "선박 건조 공정의 디지털화 수준과 실시간 모니터링에 어안이 벙벙했다"며 "한국 조선업체의 최고경영진은 선박이 언제 인도될지 날짜까지 알려줄 수 있었다"고 했다.

미국 내 생산거점 확보가 관건이다. 미국은 존스액트(Jones Act)법에 따라 선박의 유지·보수·정박 및 건조 시 자국민이 소유 중인 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해외 생산 거점을 확보해야만 해외 해군 함정과 MRO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것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말 미국 현지 자회사를 설립하고 생산 거점을 만들기에 나섰다. HD현대중공업도 해외에 조선 시설을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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