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1g씩" 금콩 모으는 중국 젊은이들…배경엔 '불확실성'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 2024.04.13 06:08

[자오자오 차이나]

편집자주 | 중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입니다. 서로를 의식하며 경쟁하고 때로는 의존하는 관계가 수십세기 이어져 왔지만, 한국 투자자들에게 아직도 중국 시장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G2 국가로 성장한 기회의 땅. 중국에서 챙겨봐야 할 기업과 이슈를 머니투데이의 '자오자오 차이나' 시리즈에서 찾아드립니다.

/그래픽=조수아 디자인기자
중국에 사는 20대 여성 A씨는 지난해부터 친구 권유로 금콩 모으기를 시작했다. 매달 1g짜리 금콩을 사서 작은 유리병에 넣는다.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금콩 사진을 올리면서 "부동산과 달리 적은 돈으로도 투자할 수 있고 귀여운 콩을 하나하나 모으는 재미가 있다"고 적었다.

A씨처럼 중국 SNS에는 금콩 모으기를 인증하는 젊은층이 늘었다. '금 모으기'를 검색하면 콩 외에도 별, 하트, 총알, 눈사람, 해바라기 씨앗 등 다양한 형태로 된 금을 모은다는 글과 사진이 빼곡하다. 젊은층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소비 대신 선택한 금 투자는 어느새 유행으로 번졌다.

중국에선 과거 중장년층이 주소비자였던 전통적인 금 시장에 MZ세대인 주링허우(1990년대생), 링링허우(2000년대생)가 들어오며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고 본다. 젊은층을 대상으로 금 판매를 하면서 판매 단위가 1g가량으로 작아졌고 모양도 금괴, 동전 등에서 보다 다양화됐다는 것이다.

판매 장소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왔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타오바오에서도 금콩은 인기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타오바오 통계에 따르면 이번주 '금콩'과 관련된 키워드를 검색한 횟수는 515만3249회로 전주 대비 647% 늘었다. 금콩 관련 판매 물품은 10만4000여건에 이른다.

시장의 규모도 커졌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금, 은, 보석류의 소매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29.4% 증가한 304억위안(약 5조 758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금, 은, 보석류의 소매 판매액은 전년 대비 13.3% 증가한 3310억위안(약 62조 6781억원)으로 전체 소매 판매 업종 성장률 가운데 요식업(20.9%)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중국황금협회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금 소비량은 전년 대비 8.78% 증가한 1089.69톤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금 장신구는 7.97% 증가한 706.48톤, 금괴·화폐류는 15.7% 증가한 299.6톤이었다. 협회 측은 젊은층 사이에서 금콩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금이 인기를 얻으면서 시장이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일년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금선물 가격 추이. /그래픽=조수아 디자인기자
중국에서 금 투자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의 영향이다. 지난해부터 중국에서 부동산 위기가 불거지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져서다.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젊은층이 소비보다 자산 모으기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 조성된 것도 영향을 줬다는 평이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에선 코로나19(COVID-19) 이후에 젊은층의 불안이라는 심리적인 요소의 영향으로 금 수요가 빠르게 늘었다"라며 "경제 성장이 위축됐고 예금 금리가 낮은데다 부동산과 주식까지 떨어지니 금으로 투자 수요가 몰렸다. 올해도 금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값이 지난해 중순부터 고공 행진을 이어오면서 투자자들은 큰 수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2일 오후 2시20분을 기준으로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6월물 금은 전일 대비 1.25% 오른 2402.25달러를 나타냈다. 금값은 올해 들어서 15.92% 올랐다. 상하이종합지수(올해 2%대), 홍콩항셍지수(0%대), 선전종합지수(-1%대)와 비교하면 수배는 더 높은 수익률이다.

다만 젊은층의 금 투자 열기가 과열된 만큼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현지 매체에서는 1g짜리 금콩 가격이 판매처에 따라 400위안대에서 600위안대(약 7만5912원~11만3868원) 사이라며 가격 차이가 상당하다고 경고했다. 일부 금 상점은 금콩을 판매하기만 하고 환매는 하지 않는다면서 판매 시에 금 가격 하락과 환매의 어려움이라는 두 가지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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