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 두려움을 해소하는 방법이 출산장려밖에 없을까. 초저출산 괴담의 핵심은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급속히 줄어드는 반면 65세 이상 노인은 그저 아프고 무기력하고 사회에 짐이 된다는 것이다. 이제 중장년층까지 사회와 가족에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은퇴 후 (존엄사가 가능한) '스위스'로 가겠다고 농반진반으로 말할 지경이다. 여러 전문가가 노인 스스로 건강관리를 잘하고 일자리를 찾으면 사회보험 고갈을 늦출 수 있다고 조언해왔지만 고령화 적응(adaptation)은 저출산 감축(mitigation)에 비해 주목받지 못한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경제·사회적 결핍을 초래한다. 하지만 진화론 관점에서 결핍은 성장을 촉진하기도 한다. 선택적 요소열위가 혁신의 원천이 된다는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의 주장처럼 역설적으로 극한 상황에서 비범한 자질이 생겨난다. 저출산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 없다면 그 위기를 시스템 혁신의 기회로 삼으면 된다. 모두가 100세까지 살면서도 병에 시달리지 않고 맑은 정신으로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신체수명보다 건강수명이 중요하다. 술을 권하는 사회, 비만을 방치하는 사회, 인터넷 중독을 부추기는 사회에서 기대수명만 늘면 뭐 하겠나.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생산자 중심 담론부터 해체해야 한다. 대표적 예로 알코올 도수가 높은 위스키 등 증류주에 종량세를 도입하는 주세법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에서 발의됐다. 위스키의 종가 세율이 70% 넘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국내 업계의 호소에 따라 국내 주류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일부 국회의원이 내놓은 법안이다. 이에 질세라 기획재정부는 술 소비 활성화를 위해 주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국산 주류에 붙는 세금을 줄여줬다. 한술 더 떠 잔술 판매가 가능하도록 최근 시행령을 또 개정했다. 주조공장에서 일자리만 창출해주면 금상첨화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넘쳐나고 음주 관련 교통사고 1위의 오명을 안고 있어 사회보험 고갈이 걱정인 나라에서 술산업 진흥을 위해 국가가 술 판매를 장려한다는 게. 이런 블랙코미디 속에서 개개인이 건강수명을 유지하는 것은 그야말로 극한의 경험이다. 웰다잉(well dying)에서 웰에이징(well aging)의 담론이 형성된다지만 소수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올해 반환점을 도는 윤석열정부와 곧 구성될 22대 국회가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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