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배달앱 '제3지대'는 가능할까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 2024.04.12 03:04
독점시장에서 기업은 경쟁상대가 없기 때문에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상품의 가격과 공급량을 마음대로 결정한다. 이 때문에 소비자 후생을 위해선 기업의 진출입이 자유롭고, 여러 공급자가 존재하는 경쟁시장이 보다 바람직할 수 있다.

지난 10일 치러진 총선에서 제3지대의 출현을 열망했던 이들은 경쟁시장을 바라는 소비자의 마음과 같았을 것이다. 거대 양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제3지대가 출현했다면 '정책 시장'에서 유권자들의 권익은 한층 향상될 것이란 생각이었다. 다만 정치권 제3지대는 이번에도 실패로 돌아갔다.

배달앱 시장은 이미 존재하던 제3지대마저 없어질 판이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쿠팡이츠가 치열하게 경쟁하던 시장에서 요기요는 2위 자리 수성에 실패하고 제3지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점점 버거워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쿠팡이츠의 MAU(월간활성화이용자)가 625만8426명으로 1달 새 약 51만명 늘어나는 동안 요기요는 31만명 가량줄어든 570만9473명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두 업체 간 MAU 격차보다, 증감 속도에 주목하고 있다. 상시 최대 10% 할인 공세에 이어 묶음배달시 배달비 무료 선언을 한 쿠팡이츠의 물량 공세에 요기요 고객들을 뻇기고 있다. 탄탄한 전국망을 깔아놓고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쿠팡이츠의 추격을 뿌리치려는 배민과 달리, 요기요는 마땅한 방어 수단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잊혀진 제3지대'가 되는 것도 순식간이다.

요기요도 손 놓고 있진 않았다. 최소 1만5000원 이상 주문시 '한집배달'까지 무료로 배달해주고, 배달멤버십 '요기패스X'의 최소 주문금액 기준도 없앴다. 마치 정책 차별화로 승부하는 제3지대 정당들 같은 모습이다. 실제로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제3지대 정당의 정책 중에는 거대 양당보다 세련되고 실용적인 것들이 종종 보인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제3지대를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정책 내용보다 수행 능력을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배달앱 사용자들 역시 세세하게 배달비 할인폭 차이를 따지기보다, 최대한 많은 동네 음식점에서 음식을 배달해주는 '익숙한 브랜드'를 선호할 수 있다.

요기요가 최소한 배달앱 제3지대로서 꾸준히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정치권 제3지대들의 실패를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무위에 그친 제3지대의 모습이, 국민 모두에게 생활밀착형 서비스가 된 배달앱 시장에선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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