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일본의 스타트업과 기업형 벤처캐피털

머니투데이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전 한국벤처창업학회 회장 | 2024.04.12 02:03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최근 일본 스타트업 시장이 눈부신 성장을 보이며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일본 기업들의 CVC(기업형 벤처캐피탈) 급증과 그에 따른 투자확대가 있다.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CVC 투자건수 1, 2, 3위를 일본의 미쓰비시UFJ캐피탈, SMBC벤처캐피탈, 미즈호캐피탈이 차지했다. 노후화한 일본 대기업들은 CVC 투자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나섰으며 스타트업은 대기업의 인프라와 경험을 활용해 성장을 가속화하며 일본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의 변화는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줄까.

한 학술대회에서 일본 교수의 발표를 들은 적이 있다. 일본은 오랜 역사 속에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높은 문화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특히 신사업 추진을 담당하는 대기업 간부들은 전쟁 중 책임을 져야 하는 사무라이 장수와 같은 상황에 놓인 것처럼 느낀다고 한다. 전투에서 패배한 장수는 할복(하라키리)을 통해 책임을 져야 했기에 신사업에 대한 도전을 주저하게 된다는 것이다.

2015년 주오대학교 유지 혼조 교수의 논문 '일본의 창업수준은 왜 낮을까'에 따르면 일본의 창업활동 수준과 태도는 다른 국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교수는 GEM(Global Entrepreneurship Monitor)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창업가적 태도와 개인적 특성이 창업 및 신규 사업투자와 관련 있으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데 필요한 지식, 기술, 경험을 갖췄다고 인식하는 창업가들과 다른 창업가들과 친숙한 사람들만이 새로운 사업에 투자한다는 점을 제시했다.

이런 일본 스타트업 시장은 최근 10년간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사회인식 변화가 주된 원인이다. 일본 정부는 스타트업을 국가 성장동력으로 지목하고 투자확대, 규제완화, 창업교육 강화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시행한다. 또한 과거에는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였지만 최근에는 창업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커지면서 창업에 도전하는 엘리트 공무원이 늘었다.


일본 스타트업에 대한 연간 투자금액이 10년 전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는데 여기서 CVC의 역할이 중요하다. 전체 스타트업 투자 가운데 CVC 투자가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오픈이노베이션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대기업과 스타트업 공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했다. 단발적인 스타트업 협력보다 투자를 통한 지속적인 협력관계 구축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더욱이 팬데믹 상황에서도 대기업의 기존 사업이 침체하면서 외부 혁신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다.

특히 2020년 4월부터 '오픈이노베이션 촉진세금제도'를 통해 민간기업이 10년 미만 스타트업에 10억원 이상 투자하면 법인세를 25% 감면해준다. 일본 CVC는 재무적 이익보다 전략적 목표달성에 기여하는 투자에 집중하며 투자 후 경영 참여도가 낮은 편이다. 하지만 대기업 인프라를 활용한 기술적, 판매·경영지원을 제공하는 매력적인 투자자로 이를 활용하고자 국내 스타트업들의 일본 진출 또한 늘었다.

반면 국내에선 '금산분리' 원칙에 따른 규제 때문에 CVC 활성화가 저해된다. 정부가 2021년 대기업 일반지주회사의 CVC 설립도 허용하면서 CVC 설립이 다소 증가했다. 하지만 외부자금의 출자비율을 펀드당 40%로, CVC의 해외투자는 총자산의 20% 이하로 제한했다. CVC는 고령화하는 우리나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 따라서 세제혜택 및 규제완화와 동시에 투명성 확보 및 책임강화를 통해 CVC 활성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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