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소 앞에 긴 줄이 생기면서 유권자들 사이에 미니 토론회가 열리는가 하면, 투표장 안에서 인터넷 방송하던 유튜버가 경찰에 연행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50㎝(센티미터)가 넘는 비례대표 선거 투표용지와 반입이 금지된 대파·일제샴푸 등도 이번 총선 투표에서 화젯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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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나들이 가요"…'벚꽃 투표'에 긴 줄, 미니 토론회도━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투표소에서 첫 투표를 한 69세 남성 A씨는 "국민과 지역 사회 공동체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사람들이 당선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투표했다"고 했다. 같은 곳에서 투표한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농산물 도매 일을 한다는 67세 남성 B씨는 "투표하는 일을 잊지 않으려고 퇴근하자마자 달려왔다. (22대 국회는) 합리적으로 일하는 국회가 됐으면 한다"고 투표 소감을 전했다.
이른 시각을 지나 대기 줄이 점차 길어지자, 유권자들 사이에서 어떤 지도자를 뽑아야 할지 미니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한 투표소에서 만난 60대 D씨는 법 잘 지키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인도 법을 안 지키는 어떻게 자식들한테 지키라고 하겠느냐"며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했다.
그러자 과거에만 머물지 말고 미래 정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중년인 E씨는 "이미 지나간 일은 국민 판단에 맡기고 국회의원들은 앞으로 국민들 어떻게 잘 살게 해야 할 건지 고민해야 한다"며 "서로 욕하고 헐뜯기만 하니까 머리 아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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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7㎝' 투표용지에 당황…지정투표소 혼선도━
서울 동대문구 이문1동 제6투표소 앞에서 만난 70대 F씨는 "비례대표 투표용지가 너무 길고 당 이름들도 기존 당명이랑 달라 알아보기가 힘들다"며 "노인들에겐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강동구에서 투표한 41세 남성 G씨는 "보통 투표용지를 접을 때 가로로 반을 접으면 도장이 다른 후보자나 정당 기표란에 번져 무효표가 될까 걱정돼 세로로 접곤한다"며 "그런데 이번 비례대표 투표용지는 세로로 한번 접으면 너무 길어져서 세로로 접고도 (가로로) 한 번 더 접었다"고 말했다.
지정투표소를 모르고 잘못 찾아온 유권자들도 더러 있었다. 50대 여성 H씨는 "선거인명부에 이름이 없대서 크게 당황했지만, 선거안내원들이 빠르게 알려줬다. 공약까지 다 살피고 왔는데 제일 중요한 걸 놓쳤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전국 어디서나 투표할 수 있는 사전투표와 달리, 본투표는 주민등록상 거주지 지정투표소에서만 투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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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파·일제샴푸 등 아이템전에 '긴장감'…투표용지 훼손 등 소동도━
광주 동구의 한 투표소에서는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찢어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남성 I씨가 기표소에 있던 어머니의 도움 요청에 기표소에 들어갔고, 이를 목격한 선거사무원이 "제삼자가 기표를 본 경우 해당 투표용지를 무효로 처리해야 한다"고 고지하자, I씨가 투표용지를 찢어버린 것이다. 선관위는 I씨를 투표용지 훼손 혐의로 고발할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에서는 주취자가 투표한 뒤 '투표장소를 찾기 힘들다'며 행패를 부리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광주 광산구의 투표소에서는 개인 유튜버가 투표소로 향하던 유권자들을 촬영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투표소 내부를 촬영한 선거법 위반 사례는 아니지만, 선관위는 유권자에게 심리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해당 유튜버에게 퇴거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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