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11시20분 기준 제22대 총선 개표 결과 국민의힘은 90석,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18석을 차지해 여당은 총 108석을 얻었다. 제21대 총선에서는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84석,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19석을 차지해 총 103석을 얻었다.
지난 총선에 비해 5석 늘었지만, 거대 야당(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 의석 합산 175석)을 또다시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사실상 참패다. 범야권으로 분류되는 조국혁신당도 비례 12석을 차지했다.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로 여겨졌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임기를 시작한 만큼 이번 총선에서 여소야대를 깨야만 제대로 일할 수 있다는 절박함이 존재했다. 그간 윤 대통령은 다양한 법안들을 추진하는 데 있어 더불어민주당의 반발에 직면해 왔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위한 법 개정이 불발된 게 대표적 예다.
역대 최다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도 이같은 배경하에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총 5차례 거부권을 행사해 9개 법안을 국회로 돌려보냈다. 거부권은 거야 상황에서 대통령이 최후의 수단으로 쓰는 카드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앞으로는 보여주기식의 민생 챙기기만으로는 윤석열 정부가 국정을 수행할 만한 최소한의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본다"며 "대통령이 야당에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상징적인 제스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야당에서 대화를 피했다고 대통령실은 주장하지만 핑계에 불과하다. 그 어떤 대통령도 국회 과반을 차지한 야당의 대표를 만나지 않은 대통령은 없었다"며 "야당이 분명 그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을 다시 발의하는 등 대통령을 자극하는 행동을 할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민생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협조하자면서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 여권 관계자도 "이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까지 왔다. 남은 임기 내내 아무런 법안도 처리하지 않을 순 없는 것 아니겠나"라며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대통령실과 야당이 협조를 해야한다. 그 키는 윤 대통령이 쥐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을 모를 리 없는 대통령실도 곧바로 자세를 낮췄다.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한 대통령님의 말씀을 제가 대신 전해드리겠다"며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실장을 비롯한 수석급 이상 대통령실 참모 전원은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향후 법안 처리 등 문제에서 윤 대통령이 다시 강경모드를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 스타일상 아무리 참패했다고 하더라도 원칙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쉽게 물러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에게 피해를 줄 수밖에 없는 법안이라고 생각이 든다면 야당이 추진하는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추가로 행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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