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4.7%, 선착순으로 모셔요"…'57조 잡아라' 불붙은 특판 경쟁

머니투데이 김도엽 기자 | 2024.04.09 16:24
5대 은행, 요구불예금과 정기예적금 추이/그래픽=윤선정

주식·코인 등 투자대기성 자금으로 꼽히는 요구불예금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은행권은 예적금 특판을 잇따라 내놓으며 뭉칫돈을 붙잡기 위한 경쟁에 나섰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전날 연 최고 4.7% 적금금리를 제공하는 'WON적금' 이벤트를 진행했다. 가입 고객 선착순 1만3000명이 대상이다.

하나은행도 지난 5일부터 이달 30일까지 예·적금 가입 이력이 없는 고객을 대상으로 금리 우대 쿠폰을 제공한다. '하나의 정기예금'을 가입하면 최대 3.85%, '내 맘 적금'은 최대 5.95%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수협은행은 지난 2일부터 최고 4.5%의 '헤이(Hey)적금'을 출시했다. 지난달에는 케이뱅크가 정기예금 특판을 실시해 최고 5%의 금리를 제공했다.

은행들이 연달아 예적금 특판에 나선 건 은행 고객들이 최근 투자처를 찾아 은행에 맡겨둔 돈을 되찾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 3월말 기준 요구불예금은 647조8882억원으로 지난 2월말 614조2656억원 보다 33조6226억원(5.5%) 늘었다. 지난 1월말 590조7120억원에 견주면 2달새 57조원 넘게 증가한 셈이다. 요구불예금은 이자가 0.1%에 그치는 대신 언제든지 입출금이 가능해 주로 투자처를 찾기 전 잠시 맡겨두는 '파킹 통장'의 성격이 짙다.

반면 5대 은행의 정기예금은 지난 2월말 886조2501억원에서 지난 3월말 873조3761억원으로 12조8740억원(1.5%) 줄었고, 정기적금은 33조2204억원에서 31조3747억원으로 1조8457억원(5.6%) 감소했다. 특히 적금은 청년희망적금의 만기로 인해 2월에도 13조2671억원(28.5%)이 빠지며 2달째 줄었다.


청년희망적금과 연계되는 청년도약계좌도 빠져나가는 자금을 붙잡는 데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소비자리서치 연구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청년희망적금 만기(예정)자 가운데 45.9%는 청년도약계좌 연계가입 의향이 없고, 10.1%는 가입 대상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에서 빠진 자금은 주식시장 반등과 금·코인 가격 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주식시장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이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일평균 투자자예탁금은 51조5712억원이었으나 지난 2월에는 53조2434억원 전달에는 54조1070억원으로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고 있는 모양새다.

금값 역시 심상치 않다. 이날 15시 신한은행 고시 기준 국내 금 가격은 매매기준율 기준 1돈(3.75g)에 38만3109원으로 올해 초(32만6858원)에 비해 17.2% 뛰었다. 가상자산인 비트코인 가격도 급증했다. 연초 2000만원대에서 출발해 현재 1억원 부근에서 등락을 보이고 있다.

은행들은 이미 빠져나갔거나 대기 중인 자금을 붙잡기 위해 일시적인 특판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판을 제외하면 5대 은행의 주요 정기예금(12개월) 상품 최고금리는 이날 기준 연3.45~3.55%로 일부 은행 금리는 기준금리(3.5%)보다도 낮은 상태다.

은행권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2~3월은 성과급 지급으로 요구불예금이 늘고 입학과 이사 등 이벤트로 예적금은 줄어든다"며 "은행 예적금 금리가 하락세인 가운데 이탈하는 요구불예금을 붙잡기 위해 당분간 특판이나 이벤트를 많이 내놓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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