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앞두고 올 들어 여야 지지율은 롤러코스터처럼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등판과 이른바 '조용한 공천'으로 선거전 초반 우세를 보였으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출국, 의정갈등 등의 악재에 기세를 야권에 내줬다.
야권은 이른바 더불어민주당의 '비명(비이재명) 횡사' 공천과 분열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조국혁신당의 등장에 힘입은 정권심판론 바람을 타고 판세를 반전시켰다.
지난 100여일 간 총선 판세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장면들을 모아봤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을 비대위원장에 추대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 전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내세워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흔들리던 당 리더십을 재정비하고 총선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이후 한 비대위원장은 지난 1월18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대응과 관련해 "국민이 걱정할 부분이 있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불거진 이른바 '1차 윤한갈등(윤석열 대통령-한동훈 비대위원장 갈등)'은 같은 달 23일 충남 서천군 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한 비대위원장이 윤 대통령에 고개숙여 인사하며 일단락됐다.
정부는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기존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000명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의료계는 "총파업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반발했다. 실제로 전공의들은 같은 달 20일부터 병원 현장을 떠나기 시작했고 의료 공백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담화를 통해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의대 증원 문제를 논의했으나 전공의들은 복귀하지 않고 있다.
설 연휴 첫날이던 2월9일, 여야 이탈 세력들이 한데 모여 제3지대 통합에 합의했다. 여야에서 각각 당대표를 지냈던 인사들(이낙연·이준석)을 주축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비명계 3인방(김종민·이원욱·조응천)과 금태섭 전 의원의 새로운선택, 양항자 의원의 한국의희망까지 아우르는 '빅텐트'라 정치권의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선거운동 주도권과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 입당 문제를 둘러싼 '이낙연의 새로운미래'와 '이준석의 개혁신당' 간 갈등에 끝내 통합이 번복되면서 제3지대 바람은 미풍에 그치고 말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조국혁신당은 이번 선거 최대 돌풍을 일으켰다. 2월13일 창당 선언 당시 부정적인 반응이 우세했으나 3월3일 창당 즈음 공천파동에 실망한 민주당 지지층을 끌어안으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4050세대 중심의 친문(친문재인) 및 호남 지지층을 대거 흡수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비례는 조국혁신당)라는 슬로건과 선명한 정권심판론 메시지가 통했다는 평가다. '공정' 관련 이슈에 민감한 2030세대 유권자의 차가운 시선은 극복할 과제로 남았다.
2월22일, 경선 페널티를 적용받는 현역의원 하위평가자 통보가 시작되자 민주당이 발칵 뒤집혔다. 비명·친문 의원들이 대거 하위권에 포함돼 탈당하거나 경선에서 탈락했다. 여기에 임종석·홍영표 등 친문 인사들이 컷오프(공천배제)되면서 '비명횡사' 논란을 키웠다. 당대표 저격이 잇따르고 지도부 내에서도 반발이 나오는 등 잡음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민주당 지지율의 발목을 잡았다.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 공천이 '혁신 공천'이라고 치켜세웠다.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갈등은 잦아들었지만, 상처는 완전히 아물지 않았다는 평가다.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고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10일 주호주대사에 임명돼 출국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 전 대사는 임명 당시 공직자범죄수사처로부터 출국금지가 돼 있었는데 법무부가 이를 해제했다. 또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 지난달 14일 사석에서 MBC 기자를 향해 이른바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한 것도 논란이 됐다. 한 비대위원장은 황 전 수석 발언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사에 대해서도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이 전 대사와 황 전 수석 논란을 해명하는 공지문을 발표하기도 했으나 두 사람은 결국 사퇴했다. 특히 이 전 대사 사건은 이번 선거에서 여권의 최대 악재로 평가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물가 현장 점검을 위해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를 찾아 대파 한 단에 875원이라는 설명을 듣고 "그런데 지금 여기 하나로마트는 이렇게 하는데 다른 데는 이렇게 싸게 사기 어려울 것 아니냐"면서 "그래도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야권에서 현 정부의 물가 관련 인식을 방증한다며 비판을 제기했다. 국민의힘에선 이수정 경기 수원정 후보가 "한 단이 아니라 한 뿌리를 말한 것"이라고 옹호했다가 논란이 커졌다. 이른바 대파 논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소 내 대파 반입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지며 또 한 번 이슈가 됐다.
선거 막판 민주당에서는 김준혁 경기 수원정 후보의 '이화여대 미군 성상납' 등 잇따른 막말,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의 편법 대출 논란이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김 후보에게 사과를 권고한 것 외에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정권심판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개인 후보 논란이 판세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내부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두 후보 문제가 수도권 전반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고, 선거 마지막날까지 공세를 계속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3월24일 이재영 민주당(경남 양산갑) 후보 선거캠프 방문을 시작으로 총선 지원시격에 나섰다. 그는 파란색 점퍼를 입고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을 돌며 윤석열 대통령에 각을 세웠다. 정치권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국민 통합의 상징이 돼야 할 전직 대통령으로서 바람직하지 않은 행보라는 비판과 퇴임한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과 달리 정치적 중립 의무가 없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 맞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유영하 국민의힘 후보(대구 달서갑) 후보의 지원유세를 할 것으로 한때 알려졌으나 결국 하지 않았다.
22대 총선 사전투표는 31.28%의 전국 평균 투표율로 마감됐다. 사전투표가 적용된 역대 총선 가운데 최고치다. 전체 유권자 4428만명 중 1384만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직전 최고 기록인 21대 총선 사전투표 투표율(26.69%)과 비교했을 때 4.59%포인트(p) 더 높은 수치다. 역대 전국단위 선거 가운데 사전투표율이 가장 높았던 2022년 20대 대선 사전투표율(36.93%)보다는 5.65%p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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