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장관의 이번 방중은 여러모로 미묘한 시점에 이뤄졌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 혹은 중국에 대한 추가적 제재 등 유권자들의 눈에 띄는 성과를 낼 필요가 있다. 옐런이 방중 직전까지 지속적으로 중국의 과잉생산과 공급망 교란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는 등 사전 포석을 둔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 옐런은 중국 방문 중에도 시종 중국과 원론적으로 각을 세웠다.
중국도 피하지 않았다. 이날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왕원타오 상무부 부장은 전날 프랑스에서 중국 기업 대표들과 원탁회의를 갖고 "중국의 전기차 등 과잉생산에 대한 미국과 EU(유럽연합)의 비판엔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큰 틀의 공방은 있었지만 옐런의 방중 분위기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옐런 장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직접 만나진 않았지만 7일 베이징에서 공산당 서열 2위인 리창 국무원 총리를, 그리고 6일 광저우에서 사실상 권력서열 2위이자 시 주석의 경제철학을 대변하는 허리펑 부총리를 모두 만나면서 시 주석의 의중을 대체로 정확하게 파악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허리펑과의 4시간30분 회동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중 경제 제재 등 전반 사안에 대한 의중을 시 주석에게 직접 전달하는 계기가 됐을 거라는 게 중국 내부 평가다. 이 자리에서 옐런은 "중국이 과잉 생산을 유발하는 정책에서 벗어나야 미국과 중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그러면서 중국 과잉생산과 불공정 무역관행, 미국의 대 중국 경제무역조치 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양국의 추가 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공개된 가장 큰 성과가 이 자리에서 마련됐다.
옐런 방중 이후 양국 간 대화는 더 구체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선거를 7개월 앞둔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미중 관계에서 좀 더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자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미국의 제재 국면을 변화시키는 데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일 수 있다. 리창 총리는 하루 전(7일) 옐런 장관에게 "무역 문제를 정치화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차이점을 관리해 나가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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