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실례'…굴욕감이 준 아이디어 '배변 알리미'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 2024.04.08 06:03

[월드콘] 일본 스타트업 '디프리'

"미국 UC 버클리에 다닐 때였습니다. 전날 밤 매운 김치 전골을 너무 먹었는지 도저히 대장을 조절할 수 없더라고요. 새 집으로 이사하다 길거리에서 그대로 실례해버렸습니다. 이 일로 굉장히 상처를 받았어요."

일본 스타트업 '㈜디프리'가 개발한 배변 알림 웨어러블 '디프리' 착용 사진./사진=㈜디프리 제공
2015년 설립된 일본 웨어러블 기기 스타트업 디프리의 창업자 나카니시 아츠시 이야기다. 아츠시는 일본 명문 게이오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뒤 UC 버클리로 유학을 떠난 엘리트다.

그는 이 일에서 느낀 굴욕감을 창업 계기로 삼았다. 배변 신호를 미리 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방법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아이디어 공유 플랫폼 메디움닷컴 인터뷰에서 아츠시는 "일본 성인용 기저귀 판매량이 유아용을 넘어섰다는 기사를 본 게 생각났다"며 "많은 사람들이 요실금 문제를 겪는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 해결책을 찾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발명된 제품이 웨어러블 기기 '디프리'(D-free)다. D는 기저귀를 뜻하는 영단어 'Diaper'에서 따온 것으로, 기저귀 없이도 생활할 수 있게 하자는 뜻이 담겼다.

패드나 테이프, 벨트를 이용해서 감지 센서를 배꼽 아래에 붙여두면 센서가 방광을 초음파로 스캔한 뒤 스마트폰을 통해 방광 내 소변량과 배변 예상 시간을 알려준다. 디프리 개발 전에도 방광 스캔 장치가 있긴 했지만 크고 비싸 병원에서만 쓰였다. 디프리 센서는 가로 5cm, 세로 3cm에 무게 26g으로 작고 가벼워 티 나지 않게 착용 가능하다.


일본 스타트업 '㈜디프리'가 개발한 배변 알림 웨어러블 '디프리' 착용 사진./사진=㈜디프리 제공
처음에는 투자처 찾기가 쉽지 않았으나 창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1200만엔(1억700만원)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아츠시는 오사카 스타트업 포털사이트 인터뷰에서 "많은 노인, 환자, 간병인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회의적이었던 투자자들도 이를 인식하게 됐다"고 했다.

디프리는 보완을 거쳐 2018년 상용화했고, 이듬해 미국 세계가전전시회(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미국과 유럽 등 세계 2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2022년부터는 일본에서 구매한 경우 개호보험(한국의 노인장기요양보험) 처리가 가능해졌다. 일반 구매가는 9만9000엔(88만5000원)이지만 보험 혜택을 받으면 최저 10분의 1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디프리 사용자들은 배변 알리미 이상의 역할을 한다고 입을 모은다. 타인에게 배변 활동을 의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것. 특히 장애인은 배변감을 느껴도 말하지 못할 수 있어 간병인이 의무적으로 데려가기도 하는데, 이제 외부 활동에 좀 더 자유가 생겼다.

뇌성마비와 자폐증을 앓고 있는 8세 딸을 둔 한 부모는 디프리 사용 후 딸 스스로 배변 활동을 하게 된 사연을 공개했다. 이 부모는 "(딸이) 태어나서 한번도 화장실에서 용변을 본 적이 없었다"며 "(디프리를 쓰고 나서) 딸이 '화장실 가는 요령을 알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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