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계는 다소 변하고 있지만 분명한 건 세계 최고 선진국이면서 최대 경제규모를 가진 미국이 연간 2%대 중후반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침체가 아니라 '골디락스(이상적 경제상황)'를 논할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한 2020년 한 해만 -2.2%로 후퇴했을 뿐 이후 2021년 5.8%, 2022년 1.9%, 2023년 2.5%로 성장세를 계속했다.
특히 미국은 지난해 22년 만의 고금리 속에서도 2.5%의 GDP 성장률을 달성했다. 게다가 최고 5.5%의 기준금리가 고착된 3~4분기에 성장세가 더 두드러졌다. 3분기에는 코로나19 해제 선언에 따른 보복소비가 이뤄지며 무려 4.9%가 보고됐고, 4분기에도 크리스마스 시즌의 소비추세가 계속되면서 3.4%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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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적' 파월이 '영웅'으로━
하지만 실기했다던 평가는 지난해 말 인플레 저감보고와 함께 올해 3차례 금리인하가 예고되면서 찬사로 바뀌었다. 미국 경제가 경착륙은커녕 경기침체 없이 다시 날아오를 거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시장에선 긴축완화 시기만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고조됐다. 연준의 정책전환 선언이 나온다면 그것은 인플레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승전보이면서 동시에 경제성장 가능성의 또 다른 신호로 여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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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선반영한 자산시장에 엄포━
하지만 3월부터 나온 올 1, 2월 소비자 및 생산자 물가지수는 시장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인플레 저감 속도가 현저히 둔화되고 그 배경이 지정학적 불안과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것으로 지목되면서 연준으로서는 빠져나갈 구멍이 생겼다. 섣부른 금리인하 계획 발표로 자산버블을 부추겼다고 지적받던 비판을 인플레 재상승 위험에 따른 긴축 연장 조치로 상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인하 시기를 묻는 질문에 "앞으로 나오는 경제지표를 보고 판단하겠다"던 입장에서 "경제성장으로 인하시기를 조율할 여유가 생겼기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느긋한 태도로 바뀌었다. 성장률은 그렇다쳐도 실업률이나 일자리에 문제가 생긴다면 조급해질 법한데 5일 공개된 3월 실업률은 전월비 0.1%p 감소한 3.8%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비농업 일자리는 30만 3000개나 늘어 반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파월을 대신해 다른 연준 위원들의 발언은 더 거칠어지고 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경제가 예상대로 발전하고 GDP의 지속적인 강세와 실업률, 인플레이션의 점진적인 감소가 올해 내내 지속된다면 연말, 그것도 4분기에 금리를 한 번 인하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의 메리 댈리 연은 총재도 "올해 세 차례 금리인하는 전망일 뿐, 약속은 아니다"고 물러섰다. 급기야 가장 급진적 매파로 불리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인플레가 계속 하방으로 내려오지 않고 옆으로 뻗는다면 중앙은행은 다시 금리인하를 해야 하는지 의문을 갖게 될 것"이라며 금리인하 가능성을 부정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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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는 7월 시작, 9월과 11월 예상━
버블논란이 일던 자산시장에 현재까지는 연준의 엄포가 어느 정도 통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올해는 미국 대선이 있는 시기로 연준이 제아무리 정경분리를 외치며 독립성을 강조하더라도 하반기까지 고금리를 버텨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월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최근 경제지표를 감안해 시기를 한두 달 미룰 수는 있겠지만 적절한 인하시기를 놓칠 경우 2022년 무리한 기준금리 인상 때처럼 이번에는 반대로 무리한 인하 조치가 필요한 위기를 맞을 수 있어서다.
특히 정치적 관점에서 11월 대선 이전에 한두 차례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나리오로 예상된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맞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4년 간의 포스트 코로나 경제치적을 내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 대선을 앞두고 연준이 무리하게 고금리 정책을 내세워 경제에 문제가 생길 경우 오히려 공정한 선거를 방해해 정권을 잃게 했다는 비난을 덮어쓸 수도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올해 하반기 3차례 인하 약속을 지킬 거라고 본다. 6월 12일 FOMC를 패스한다고 해도 11월 5일 대통령 선거 전 금리인하 가능시기는 7월 31일과 9월 18일 두 차례밖에 없다. 이후 FOMC 일정이 11월 7일과 12월 18일 남게 되는데 새 대통령 당선자와의 허니문(?)을 위해서라도 둘 중 하루는 금리인하를 단행해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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