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불확실성 시대의 통화정책

머니투데이 장보형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2024.04.08 02:05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향방을 두고 금융시장이 어수선한 모습이다. 생각보다 탄탄한 미국 경제의 행보에 적극적인 금리인하 기대가 후퇴하는 탓이다. 연준 제롬 파월 의장은 아직 금리인하가 순리대로 진행될 것이란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론 연내 금리인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닌가 하는 진단도 나온다. 아직도 가시지 않는 물가불안, 특히 최근 유가나 원자재 가격 상승. 또 우리에게는 농산물 가격 앙등과 같은 잠재적 불안요소가 쌓이는 상황에서 금리향방에 불확실성만 커진 셈이다.

흔히 금리정책의 방향타로 이른바 '자연금리'에 주목한다. 자연금리는 인플레이션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도 잠재 수준의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는 단기의 실질균형금리를 의미하는데 대체로 저축과 투자의 균형에 의존한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기대를 더하면 적정 정책금리가 도출된다. 코로나 이전만 해도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과 더불어 자연금리가 꾸준히 하락했다는 게 정설이다. 낮은 경제성장과 노령화에 따른 투자부진, 그리고 안전자산 선호와 글로벌 저축과잉, 또 불평등 심화 등에 따른 저축증대로 균형금리가 떨어진 것이다. 사실 '장기정체'에 대한 우려도 같은 맥락이었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 이후, 특히 코로나 위기를 거치며 이런 기조가 뒤바뀌고 있다는 관측이 확산했다. 고령층 부양률 상승이나 기후전환은 물론 안보 및 방위 관련 지출증대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 또 지정학적 갈등고조에 따른 글로벌 저축과잉 축소, 나아가 신기술 진전에 따른 민간투자 수요회복 등이 맞물리면서 저축투자의 균형이 반전되며 자연금리를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경제성장 추세는 여전히 미흡한 데다 AI 등 신기술의 투자증대 효과도 빅테크 등 일부 슈퍼스타 기업을 빼고는 뚜렷하지 않은 모습이다. 그래서 자연금리가 계속 오르기보다 다시 코로나 이전처럼 낮은 수준으로 복귀할 것이란 전망도 여전히 유효하다.


결국 금리정책의 가늠자로서 저축투자의 균형에 기반한 자연금리 방향은 전혀 수렴되지 못한다. 사실 지금처럼 경제나 기술혁신, 인구변화, 지정학적 갈등 등을 둘러싸고 복잡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선 특정 매개변수에만 매달릴 순 없는 노릇이다. 이미 파월을 비롯한 연준이나 국제사회도 이처럼 불확실한 자연금리에 과도하게 의존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주목되는 것은 불확실성하에서 의사결정, 즉 '리스크 관리'의 접근방식이다. 아직 인플레이션의 상흔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금리인하에 신중한 태도가 바람직하다는 논리가 득세한다.

본래 신중함은 중앙은행의 덕목이지만 그것만이 능사일까.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나친 신중함으로 "중앙은행이 신뢰성을 탕진하고 있다"며 물가 변동성이 커진 데다 신뢰성이 약화한 상황에선 기민함이 관건이라고 주장한다. 공급 측면에 치중된 잠재적 물가불안에 집착하기보다 '리스크 균형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그간 인플레이션과 고강도 통화긴축의 후유증에 선제 대응할 필요가 큰 시점이다. 통화정책의 준칙에 '빨리, 단호하게 행동하라'는 새로운 단서를 덧붙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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