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로또청약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 2024.04.08 03:00
3억원 로또, 6억원 로또. 복권 1등보다 당첨확률이 높지만 심지어 '공짜'다. 단, 복권방이 아닌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홈페이지를 방문해야 한다.

'무순위 줍줍' 청약이 이번달에도 두 곳 나온다. 3~4년 전 분양가가 그대로 적용돼 당첨시 수억원대 시세차익을 곧바로 취할 수 있는, '로또보다 확실한 로또'다.

무순위 청약 상당수는 '조건'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19세 이상 성인이면 된다. 대학생도 사회 초년생도 일단 넣어보라는 권유를 받는다. 전매제한도 없고 실거주 의무도 없어 잔금 납부전에 집을 팔아도 된다.

혹시 당첨된다면 가족 돈이든 친구 돈이든 끌어오면 된다고 한다. '선당후곰'(먼저 당첨되고 고민은 나중에)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진다. 지난 2월 '20억 로또'로 불린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무순위 청약에는 3가구 모집에 100만명이 몰렸다.

로또청약 현상은 기형적이다. 시장실패이자 정부실패다. 시장에 맡겨둔 부동산 가격이 최근 3~4년 새 급격히 치솟으면서 생긴 분양가와의 '가격 차'의 결과다. 시장가격 안정을 의도한 정부규제가 오히려 가격을 끌어올렸다.

서울 상급지 신축 아파트 청약조건은 굉장히 까다롭다. 전매 제한, 실거주 의무 등 여러 규제가 적용된다. 가점체 체계가 자리잡으면서 무주택 기간이 짧아 가점이 낮은 2030 청년 세대에게 청약당첨은 '그림의 떡'이 됐다.


그사이 분양가는 무섭게 치솟았다. 청약에 엄두를 내기도 힘들만큼. 당첨되더라도 분양가를 감당하지 못하겠다고 판단,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3년 전 가격'에 '무조건'이라는 파격혜택을 내건 '무순위 줍줍'에 불나방처럼 뛰어드는건 당연하다. 가능성은 로또만큼 적지만, 마지막 남은 '주거 사다리'라면 어떻게든 잡고 본다는 심리가 작용한다.

입지 좋은 곳에 많은 사람들이 살도록 지상공간까지 확장해 높게 쌓아올린 게 아파트다. 아파트는 점점 더 높아지고 가격도 높아진다. 특히 싸고 좋은 곳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로또청약 현상을 보면 '싸고 좋은 아파트'가 여전히 부족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잠재수요는 상당하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시장의 '균형'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다.

불경기일수록 복권 판매량이 늘어난다. '요행'에 기대는 사회를 건강하다고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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