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흥망성쇠의 KEY '신뢰의 회계'

머니투데이 윤정숙 금융감독원 회계전문심의위원 | 2024.04.08 05:40
윤정숙 금융감독원 회계전문심의위원/사진제공=금융감독원
12월 결산 대다수 기업의 주주총회가 종료되고 사업보고서도 공시되면서 2023년도 외부감사 시즌이 끝났다. 고금리 등 대내외 어려운 여건속에서 기업의 재무제표와 감사보고서가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쳐 한땀한땀 만들어졌는지 잘 알고 있지만, 일부 기업이 회계이슈로 사회적 지탄을 받는 상황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일벌백계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대학에서 철학, 역사학, 회계학을 가르치는 제이콥 솔(Jacob Soll) 교수는 저서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THE RECKONING: FINANCIAL ACCOUNTABILITY AND THE RISE AND FALL OF NATIONS, 2016)에서 이탈리아 르네상스부터 스페인, 프랑스, 대영제국, 초기 미국, 웨지우드의 성공, 2008년 금융위기에 이르기까지 회계가 제국 또는 기업 흥망성쇠의 중심키(key)였으며, '성공적인 사회는 회계와 상거래 문화가 풍부한 사회일 뿐 아니라, 회계를 무시하고 날조하고 등한시하는 인간의 습성에 대처하기 위해 견고한 도덕적, 문화적 틀을 구축하는데 노력해온 사회다'라고 강조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어느 위치에 있을까? 2018년 11월 신(新)외감법 이후 다수의 학계 연구에서 국내 기업의 회계품질이 높아지고 재무제표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도 향상됐다는 결과가 도출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기업에서 상장폐지 모면을 위해 고의적으로 자산을 과대계상하는 등 시장 전체의 신뢰를 저해하는 사례가 여전히 발생하면서 회계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투명성 개선 노력이 시장의 기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반성들 속에서 지난 3월29일 금융감독원은 '2024년도 회계심사 및 감리 운영계획'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먼저 피조치자의 수용성과 조치의 일관성 제고를 위해 사전 심의기능을 강화하고 감리절차를 명확히 정비할 계획이다. 다음으로, 감리과정에 적극 협조하고 시장규율을 지키는 기업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되, 고의적 회계부정 가능성이 있거나 시장 영향력이 큰 기업에 대해서는 감리를 강화해 엄정한 제재를 부과하는 등 차별화를 분명히 할 예정이다. 또한, 회계법인간 선의의 품질경쟁을 촉진하고 외형 성장에 걸맞는 통합관리체계 구축과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을 유도해 나가겠다.


지난 3월 마지막주에는 골드만삭스, 팰리서 캐피탈(Palliser Capital) 등 11개 글로벌 IB 투자담당자와 ACGA(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 관계자가 금감원을 방문해 자본시장 규제현황 및 업무계획 등에 대한 간담회를 가졌다. 이들의 관심사 중 하나는 회계분식(Accounting Manipulation)을 감독당국이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있는지였다. 또한 최근 행동주의펀드들은 분식회계, 횡령 등 경제범죄에 대한 관용적 태도는 해외투자자로부터 신뢰를 받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대규모 회계분식 사건 등 과거 역사에서 보아왔듯 자본시장에서 신뢰가 깨지는 것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기업, 감사인, 감독당국, 투자자 및 사회 전반에서 회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각자의 책임과 소명을 다할 때 회계투명성은 물론이고, 기업의 가치도 함께 제고됨(Value-up)은 역사가 말하는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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