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기호 40번은 처음" "강아지도 맡아주네요" 사전투표 첫날 풍경

머니투데이 안재용 기자, 박상곤 기자, 오석진 기자, 이병권 기자, 김지성 기자 | 2024.04.05 16:42

[the300](종합)

5일 오전 8시30분쯤 반려견을 동반한 유권자가 투표소 내부에 반려견 출입이 불가하다고 안내받자 선거사무원에게 반려견을 맡기고 투표하러 들어가고 있다/사진=오석진 기자
4.10 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5일 수많은 유권자들이 투표소를 찾았다. 출근하기 전에 투표소를 찾은 직장인과 식당을 열기 전에 사전투표부터 한 자영업자, 반려견을 산책시킬 겸 왔다는 지역 주민 등 사연은 다양했으나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왔다"는 마음은 같았다.

22대 총선 사전투표소로 지정된 서울 서대문구 (구)신촌동주민센터를 찾은 한 20대 여성은 이날 오전 7시50분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을 만나 "본투표날 따로 일정은 없어도 혹시 못하게 될수도 있을까봐 그냥 빨리 왔다"며 "아무래도 여성 인권을 위하는 후보에게 투표를 했다"고 말했다.

해당 여성은 주소가 경기 북부 지역이지만 지금은 근처 학교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어 사전투표소를 찾았다고 했다. 대학교 인근에 위치한 사전투표소라 대학생으로 보이는 사람이 많았다. 투표소 인근의 이화여자대학교 대학교 점퍼(과잠)를 입고 온 이도 있었다.

반려견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사람도 있었다. 강아지와 함께 온 한 50대 남성은 "본투표날 특별한 일정은 없다"면서도 "그래도 아침 일찍 나온 이유는 아무리 바빠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투표는 꼭 해야하지 않겠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표소 안에 강아지를 데리고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밖에서 선거사무원들이 반려견을 맡아줘 편한 마음으로 투표했다"고 했다.

투표소에서 동네 주민들끼리 만나 서로 반가워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 50대 여성은 "뭐야 아침 일찍 왔네"라며 "다 여기서 찍네"라며 오르막길을 오른 뒤 가쁜 숨을 몰아쉬고 지인을 반겼다.

한 40대 중반의 환경미화원도 투표소를 찾았다. 그는 "우린 4시에 일어나서 4시30분부터 쭉 (일을) 돈다"며 "일이 바쁘지만 그래도 투표는 해야한다고 생각해 빠르게 왔다"고 했다. 이어 "당연히 원하는 당이 좀 (당선)됐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사진=이병권 기자
출근을 하기 전에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도 많았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한 50대 중반 남성은 신촌동 투표소를 나오며 손등에 찍힌 투표 도장 사진을 찍어 가족들에 보냈다. 그는 "직장이 이 근처라 온 김에 여기서 투표했다"며 "인증샷을 보내며 가족들한테도 투표하라고 말했다"고 했다.

한 20대 직장인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주민센터 사전투표를 마친 후 기자와 만나 "출근 길에 20분 정도 여유있게 나와서 사전투표를 했다"며 "이른 아침이고 첫날이라서 그런지 연배있는 분들도 생각보다 많았다"고 말했다. 사전투표한 이유에 대해선 "주말에 온전히 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한 60대는 이날 오전 6시쯤 출근해 급한 업무를 처리한 후 잠시 시간을 내 투표소에 왔다. 그는 서울 중구 소공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 기자와 만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왔다"며 "첫째로 바라는 것은 경제가 뒷받침됐으면 하고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정책 법률안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긴 투표용지를 보고 놀란 시민도 있었다. 이번 총선 비례대표 투표용지는 3번부터 40번까지 38개 정당이 표기돼 길이가 51.7㎝에 달한다.

여의동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를 마친 한 50대 남성은 "(정당이) 많다고는 들었는데 40번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 당이 이렇게 많았느냐"라며 "와 (비례대표 정당 번호가) 무슨 40번까지 있네"라고 했다. 그는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데 재료 준비하러 들어가기 전에 투표하려고 이곳에 들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봉투에 넣어서 밀봉하니까 비밀투표가 보장되는 느낌도 들었다"며 "종이가 엄청 길더라. (비례대표 투표 용지를) 두 번 접어서 봉투에 넣었다"고 했다.

5일 오전 8시 서울 중구 소공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 기표소가 마련된 4층까지 50여명이 대기 중이다. /사진=김지성 기자
이날 오전 10시30분 여의동주민센터 투표소 바깥에 마련된 부스까지 줄이 이어지는 등 북새통을 이루자 일부 시민들로부터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아래층에서 관외 유권자와 관내 유권자의 줄이 헷갈린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관내 유권자 일부가 관외 유권자줄에 서있다가 뒤늦게야 알아채면서 이들은 "뭐야 바닥에 설명이라도 붙여놓지" "괜히 기다렸네"라며 안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여의동주민센터 투표소 곳곳에서 투표 안내원들의 대처가 시작됐다. 이들은 "기표소는 4층으로 올라가면 된다. 관내 유권자는 좌측, 관외일 경우 우측으로 이동해달라"고 줄을 안내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전국 사전투표율이 9.57%라고 밝혔다. 전체 선거인 4428만11명 중 423만6336명이 투표했다. 2020년 총선 사전투표 첫날 같은 시각을 기준으로 한 사전투표율인 7.19%(선거인 316만5285명이 투표)보다 2.38%포인트 높다. 다만 이날 오후 2시 전국 사전투표율은 2022년 대통령 선거의 같은 시각 전국 사전투표율인 10.48%보다 0.91%p 낮게 나왔다.

사전투표는 이날부터 다음날까지 이틀 간 진행된다. 투표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유권자는 주민등록소재지와 관계없이 신분증을 가지고 전국 3565개 사전투표소에 가면 투표할 수 있다. 투표소 위치는 선관위 홈페이지나 대표전화(1390)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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