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여성임원비율에 주목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 2024.04.05 02:03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지난해 6월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23년 세계 젠더격차 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 2023)에 따르면 젠더격차지수 순위에서 한국은 146개 국가 중 105위로 전년 99위에서 더 떨어졌다. 젠더격차지수는 남녀격차에 집중한 지표로 남성과 여성의 상대적 차이가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경제분야에서 소득과 고위직 비율에서 격차가 큰데 소득차이는 남성이 여성의 2배가 넘고 국회의원·고위공무원·중간관리자 비율은 여성 14.6%, 남성 85.4%로 격차가 더 크다. 여성가족부 통계('2023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에서도 제21대 국회 여성의원은 19.0%, 4급 이상 여성공무원 비율은 23.2%, 국내 여성관리자 비율은 21.7%로 나타났다.

그런데 관리자급 여성의 비율이 낮다는 것은 여성의 경제참여 및 활약의 기회가 적고 경영진 승진이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반대로 여성관리자 비중이 클수록 임원이 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여성관리자가 많다면 출산, 육아, 자녀교육으로 퇴사를 고민하는 여성이 남아 임원이 될 확률도 높아진다.

각국은 인구감소 시대를 맞아 여성의 사회참여 촉진 정도가 경제성장과 직결된다고 보고 여성의 고용기회 증대정책들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정책이 여성임원의 비율을 높이는 방안이다.

글로벌 투자자들도 최근 여성이사의 비중과 역할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다. 기업이 직면한 불확실성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이사의 다양한 역량과 자원활용이 필요한데 여성이사는 남성과 다른 경험과 개인적 역량을 기업에 제공하고 외부 네트워크와 자원을 연결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사회의 다양성 측면에서 더 많은 아이디어와 과감한 혁신, 다양한 시각을 제공함으로써 더 좋은 의사결정이 되도록 기여한다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상대적으로 낮은 여성임원 비율을 높이려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 내 다양성 확보가 기업의 경쟁력에 영향을 준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2023년 국내 100대 기업의 여성임원 비율은 5% 정도였다. 2013년 코스피(유가증권) 시장 상장기업의 여성임원 비중이 1.86%였음을 감안하면 10년간 큰 진전이 없었다. 주요국인 프랑스 45.2%, 영국 40.9%, 독일 37.2%, 미국 31.3% 등에 비하면(2022년 기준) 매우 낮고 최근 국내 여성사외이사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여성임원의 비율이 높지 않은 점은 개선이 필요하다.

다만 국내 기업평가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의 원칙 및 지표가 올해부터 자산규모 5000억원 이상 코스피 시장 상장기업에 적용되고 2023년 10월 개정돼 핵심지표가 된 이사회 항목에 다양성이 신설돼 긍정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그러나 이외에 여성관리자의 비중확대 촉진과 여성임원 양성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기업 내에 마련되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는 다양성·포용성 강화와 인재유치·유지에 도움이 된다. 아울러 남성·여성 이사 비율정보도 지금보다 더 알기 쉽게 투자자에게 제공될 필요가 있다. 현재 사업보고서에 이사별 남성·여성 여부를 표기하지만 비율 자체를 숫자로 직관적으로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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