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전문 점포는 매대 위 야구 모자 50여종과 챙이 넓은 모자 20여종을 차곡차곡 늘어놨다. 아이브 멤버 장원영이 착용해 인기를 끈 명품 브랜드 미우미우, 블랙핑크 리사가 썼던 셀린느와 디자인이 같았다. 명품 브랜드 로고가 수놓아진 이 모자들은 1개에 3만원에 팔렸다. 매대에 있던 야구 모자와 디자인과 색깔마저 같은 셀린느 '이니셜 베이스볼 캡' 공식 판매가는 79만원이다.
한 중국인 관광객이 매대 앞에 멈춰 서더니 모자를 하나씩 머리에 쓰고 천막 봉에 달린 거울로 자기 모습을 확인했다. 그가 "디스카운트?"라며 가격 흥정에 나서니 점주는 손사래를 쳤다. 대화가 길어지자 점주는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천막 아래로 불러들였다. 다른 외국인 손님들이 모여들면서 매대 앞에 선 손님이 금세 4명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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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운영 '짝퉁 시장'…관광객 사이 입소문━
점포 자체는 합법이다. 중구청은 2016년 동대문 야시장 활성화를 위해 상표법 준수를 조건으로 야간 노점 175개에 도로점용 허가를 내줬다.
문제는 각종 명품 브랜드의 디자인과 상표를 위조한 가품을 주로 판다는 점이다. 특허청과 서울시·서울 중구청·서울 중부경찰서로 구성된 '새빛시장 위조상품 수사협의체'(수사협의체)는 지난달 16일 노란 천막 12곳을 단속해 위조 상품 854점을 압수했다. 수사협의체는 3일 상표법 위반 혐의로 도소매업자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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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봉투 속 루이비통 와르르…"누가 잠깐 두고 간 거"━
썰렁한 점포 바깥으로 루이비통, 샤넬 등 짝퉁 가방이 여러 점 담긴 검은 봉투가 보이기도 했다. 인근 점포 상인에게 "이것도 파는 거냐"고 묻자 상인은 "파는 거 아니다. 누가 잠깐 두고 간 거다. 왜 그러시냐"고 답했다.
상인들은 사진 촬영을 막기도 했다. 한 관광객이 한 손으로 행어에 걸린 티셔츠를 한 장씩 넘기고 다른 손으로 핸드폰을 들고 있자 점주는 "사진은 찍으시면 안 된다"고 했다. 루이비통 짝퉁 지갑을 판매하는 한 점주는 "얼마 전 단속이 있지 않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먹고 살기 힘들어 죽겠다"며 "사진을 지워달라"고 말했다.
각 기관은 앞으로도 단속을 이어가며 결과를 수사협의체에서 공유할 계획이다. 수사협의체는 "노점사업자가 상표권 침해로 벌금형 이상 형이 확정되면 서울 중구청에 결과를 피드백해 해당 노점에 대한 허가를 취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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