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7시 58분(현지시간) 대만 남동부 해안에서 발생한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해 대만 전역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번엔 진앙이 육지와 가깝고 진원의 깊이가 얕아 대만 전역에 지진 영향이 미쳤다.
진앙과 가까운 대만 동부 화롄시에 거주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데릭 뒤 플레시스는 "도로 곳곳이 끊어지고 벽이 자동차들 위로 무너져 내렸다"며 "가족들에게 연락하고 아이들을 데리러 가느라 모두 정신이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타이베이에 거주하는 한국인 정모씨는 "건물이 흔들리고 벽이 움직이고 집 안에 있는 것들이 다 떨어져 내려 난리도 아니었다"며 "엘리베이터 전기까지 끊겨, 살면서 이런 공포는 처음이었다"고 설명했다.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에 자리 잡은 대만에서는 1901년부터 2000년 사이 사망자를 초래한 대형 지진이 48차례나 있었다.
이날 지진은 약 2400명이 숨지고 건물 5만채가 파손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던 1999년 9월 21일 규모 7.6의 강진 이후 최대 규모다. 2018년과 2022년에도 지진으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당시 지진 규모는 5~6 수준이었다. 한국시간 이날 오후 5시 현재 지진 관련 사상자가 740여명으로 집계됐지만 추후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사망자 7명은 모두 화롄현에서 나왔고, 이들은 대부분 산사태로 떨어진 낙석 등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여성 등산객 3명은 타이루거 국립공원의 데카론 산책로에서, 여성 엔지니어 1명은 공원 주차장에서 떨어진 낙석에 맞아 사망했다. 트럭 운전사 1명은 동부 쑤화 고속도로 다칭수이 터널 앞에 떨어진 낙석에 의해 변을 당했다. 77명은 건물 등에 갇혀 구조를 기다리는데 이중 60명가량은 화롄 북부의 터널에 갇혔다.
다만 대만 정부가 1999년 지진 참사 이후 건물 내진 설계를 강화하고 안전진단을 진행하는 등 수십년간 재난에 대비하면서 규모 7 이상의 강진에도 당시보다는 피해 규모가 적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AFP통신은 "강력한 건축 규제와 재난 안전의식 덕분에 대규모 참사는 면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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