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0조' 희귀약 시장에 쏠린 눈…업계 "개발 유인책 강화해야"

머니투데이 홍효진 기자 | 2024.04.03 16:31
글로벌 희귀의약품 시장 전망. /사진=윤선정 디자인기자

'니치버스터'(거대 틈새시장)로 부상한 희귀의약품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개발이 까다로운 대신 미충족 의료수요가 큰 이점 덕분에 고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은 미국과 유럽, 일본에 비해 희귀의약품 지정 수가 적은 만큼 기업을 대상으로 강화된 신약 개발 유인책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FDA의 ODD(희귀의약품 지정) 제도를 적극 활용해 희귀의약품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ODD는 해당 질환 환자 수가 적고(통상 10만명 미만) 미충족 의료수요가 높은 치료제에 대한 인증으로, 제약사의 희귀의약품 개발 유인을 높이고자 마련된 제도다. 실제 ODD를 받은 기업은 R&D(연구·개발) 비용 절반에 대한 세금 감면·시판 후 7년간 독점권 부여 등 혜택이 제공된다. 인허가 속도를 높이는 일종의 패스트트랙으로 NDA(품목허가승인신청)와 직접적 관련은 없다.

실제 기업은 해당 제도를 통해 시장 진입에 나서고 있다. 미국 인피넌트 헬스는 지난 2일(현지시간) 조산아 괴사성 전장염 신약 후보물질 'INF108'에 대해 FDA에 ODD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괴사성 전장염은 장 내부 표면에 손상이 나타나는 병으로, 발병 90% 이상이 조산아에게서 나타난다. 앞서 지난 1일에는 중국 알레분드 파마슈티컬스가 유전병의 일종인 상염색체 우성 다낭성 신종 치료제 후보물질 'AP303'에 대해 FDA ODD를 받았다. LG화학, 한미약품, 대웅제약, GC녹십자, 툴젠 등이 ODD 인증을 받았다. 특히 LG화학은 지난 1월,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와 자사 희귀비만증 신약 'LB54640' 관련 4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희귀의약품은 개발 난도가 높지만 고마진이 기대되는 '니치버스터'로 불린다. 환자 수가 적은 비주류 영역이다 보니 선점효과도 비교적 크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실제 성장세도 가파르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희귀의약품 시장 규모는 2068억2000만달러(약 279조원)로, 2028년에는 3458억8000만달러(약 466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희귀의약품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제품 수는 현저히 적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2~2021년 기준 희귀의약품 지정 수는 △미국 3241건 △EU 1279건 △일본 244건 △한국 173건으로 조사됐다.


이에 개발 유인을 강화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단 의견도 나온다. 연구원 관계자는 "정부가 '제3차 보건의료기술육성 기본계획'과 '바이오헬스 신산업 규제혁신 방안' 등을 발표했지만 지원 대상 기술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거나 기술 개발을 위한 경제적 지원 규모 및 목표 단축 기간 등이 제시되지 못했다"며 "미국의 임상 비용 세액 공제 혜택과 같은 과감한 지원도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국내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허가제와 신고제 두 가지로 의약품 제도가 나뉘어서 운영되기 때문에 시판까지의 허들은 한국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낮은 편"이라며 "임상 1상부터 기본 3억~4억원이 드는데, 희귀의약품의 경우 개발 비용 회수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인식 탓에 기업 입장에선 개발 유인이 적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희귀의약품 개발 성공 사례가 부족한 국내 기업은 이미 선두주자로 있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 협업을 통해 성과를 내는 경험도 중요하다고 본다"며 "관계부처가 나서서 파트너사 연계나 투자 관련 컨설팅 등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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