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오스탈' 인수 자신하는 한화…'제안 거부'는 '몸값 높이기'?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김희정 기자 | 2024.04.02 15:57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 전경/사진제공=한화오션
한화그룹이 호주의 조선 및 방위산업체 오스탈(Austal) 인수를 자신하는 배경에는 그동안 호주 정부 측과 유지해 온 돈독한 파트너십이 존재한다.

일단 오스탈 측은 8억9500만 호주달러(약 8000억원)가 넘는 한화의 제안을 거부한 이유로 '규제당국의 승인 여부'를 꼽았다.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IFIUS), 미국 국방부 산하 방첩보안국(DCSA) 등의 승인을 한화가 받을 수 있는지에 의문을 제시했다.

오스탈은 호주에 적을 뒀지만, 미국에서도 활발하게 사업을 하는 기업이다. 오스탈 미국법인은 앨라배마주에 조선 시설을 두고 샌디에이고에 서비스센터를, 버지니아주에 기술센터를 두고 있다. 미국 해안경비대에 헤리티지급 해상순찰함(OPC), 해군에 해양감시함(TAGOS-25) 등을 공급해왔다. 호주와 미국 당국의 승인이 모두 필요한 이유다.

한화그룹은 오스탈 측의 우려와 달리 "규제당국의 승인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미 FIRB 승인을 받아본 경험도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질롱에 건설 중인 'H-ACE 공장'이 그 사례다. 올해 완공될 이 생산라인에서는 호주형 K9 자주포 '헌츠맨 AS9', 탄약 운반차 'AS10', 보병전투장갑차 'AS-21'(레드백)을 만들 예정이다. 호주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출해 신뢰를 쌓은 트랙레코드가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계산이다.

대한민국-호주 양국 정부 간 신뢰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 호주는 떠오르는 중국의 위협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한국 등과 방산협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지난해 방한한 호주의 리처드 말스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호주에게 한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거의 없다"며 "성숙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호주와 한국의 전략적 방위 관계가 더욱 강화될 수 있고, 이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가득하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 호주 'H-ACE 공장'/그래픽=김현정
특히 FIRB의 경우 과거 3년간 약 4000여건의 승인 신청 중 '승인 불가' 판정을 내린 게 0.2%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승인 사례도 중국 등 적성국 관련 이슈 때문으로 파악되고 있는만큼, 한화그룹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을 게 유력하단 분석이다. 한화 관계자는 "CFIUS의 경우 '승인 관련 이슈가 없다'고 글로벌 법무법인을 통해 확인했다"며 "FIRB 규제 승인에 조건이 붙을 수도 있으나, 이미 오스탈 측에 FIRB 승인에 부과되는 모든 합리적인 조건을 수용할 의향이 있음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오스탈 인수에 성공할 경우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한화오션의 입지가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호주 정부는 지난 2월 함대를 확장하기 위해 향후 10년 동안 수십억 달러를 더 지출하기로 했다. 이 청사진에는 수상함 26척과 소형 전투함 25척을 새로 추가하는 계획이 포함됐다. 오스탈을 통한 대거 수주를 노릴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오스탈은 최근 호주 연방정부와 전략적 조선 계약을 위한 초기 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상륙함 18척과 추가 대형 상륙함을 건조해 호주군에 인도할 수 있다. 오스탈이 미국에 생산라인을 확보한 만큼, 북미 진출도 더욱 수월해진다. 오스탈은 고속 페리, 해상 풍력 발전소 및 석유 및 가스 플랫폼용 공급 선박 관련 사업도 하고 있다.

향후 딜 성사까지 진행될 협상의 관건으로는 규제당국의 승인 외에도 인수 금액이 꼽힌다. 한화그룹의 경우 오스탈의 주가에 약 30%의 프리미엄이 붙은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향후 협상 과정에서 이보다 가격이 오를 가능성을 배제 못한다. 업계 관계자는 "오스탈이 확정되지도 않은 '규제당국의 승인'을 빌미삼아 제안 거부 사실을 외신을 통해 대대적으로 알린 건 '몸값 높이기 전략'의 일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 전시된 한화오션의 울산급 호위함 등 최첨단 전투함 함정모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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