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오스탈 측은 8억9500만 호주달러(약 8000억원)가 넘는 한화의 제안을 거부한 이유로 '규제당국의 승인 여부'를 꼽았다.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IFIUS), 미국 국방부 산하 방첩보안국(DCSA) 등의 승인을 한화가 받을 수 있는지에 의문을 제시했다.
오스탈은 호주에 적을 뒀지만, 미국에서도 활발하게 사업을 하는 기업이다. 오스탈 미국법인은 앨라배마주에 조선 시설을 두고 샌디에이고에 서비스센터를, 버지니아주에 기술센터를 두고 있다. 미국 해안경비대에 헤리티지급 해상순찰함(OPC), 해군에 해양감시함(TAGOS-25) 등을 공급해왔다. 호주와 미국 당국의 승인이 모두 필요한 이유다.
한화그룹은 오스탈 측의 우려와 달리 "규제당국의 승인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미 FIRB 승인을 받아본 경험도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질롱에 건설 중인 'H-ACE 공장'이 그 사례다. 올해 완공될 이 생산라인에서는 호주형 K9 자주포 '헌츠맨 AS9', 탄약 운반차 'AS10', 보병전투장갑차 'AS-21'(레드백)을 만들 예정이다. 호주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출해 신뢰를 쌓은 트랙레코드가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계산이다.
대한민국-호주 양국 정부 간 신뢰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 호주는 떠오르는 중국의 위협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한국 등과 방산협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지난해 방한한 호주의 리처드 말스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호주에게 한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거의 없다"며 "성숙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호주와 한국의 전략적 방위 관계가 더욱 강화될 수 있고, 이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가득하다"고 말했다.
오스탈 인수에 성공할 경우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한화오션의 입지가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호주 정부는 지난 2월 함대를 확장하기 위해 향후 10년 동안 수십억 달러를 더 지출하기로 했다. 이 청사진에는 수상함 26척과 소형 전투함 25척을 새로 추가하는 계획이 포함됐다. 오스탈을 통한 대거 수주를 노릴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오스탈은 최근 호주 연방정부와 전략적 조선 계약을 위한 초기 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상륙함 18척과 추가 대형 상륙함을 건조해 호주군에 인도할 수 있다. 오스탈이 미국에 생산라인을 확보한 만큼, 북미 진출도 더욱 수월해진다. 오스탈은 고속 페리, 해상 풍력 발전소 및 석유 및 가스 플랫폼용 공급 선박 관련 사업도 하고 있다.
향후 딜 성사까지 진행될 협상의 관건으로는 규제당국의 승인 외에도 인수 금액이 꼽힌다. 한화그룹의 경우 오스탈의 주가에 약 30%의 프리미엄이 붙은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향후 협상 과정에서 이보다 가격이 오를 가능성을 배제 못한다. 업계 관계자는 "오스탈이 확정되지도 않은 '규제당국의 승인'을 빌미삼아 제안 거부 사실을 외신을 통해 대대적으로 알린 건 '몸값 높이기 전략'의 일환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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