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들려온 애통한 소식에 우리 경제계는 슬픔을 주체할 길이 없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1일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를 방문하기 전 대한상의 홈페이지에 추도사를 이같이 올렸다. 원고지 10매에 가까운(총 1761자) 장문의 추도사였다.
문장마다 고인을 떠나보내는 최 회장의 절절한 심경이 담겼다. 그는 "언제나 재계의 큰 어른으로 남아 한국 경제를 지켜 주실 것만 같았다"며 "지금처럼 경제가 재도약해야 할 중대한 시기에 조석래 회장님같이 훌륭한 리더를 잃은 것은 경제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고 썼다.
또 "최근처럼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회장님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며 "회장님이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서 저희 후배 경제인들은 더 멀리 볼 수 있었다"고 그리움을 피력했다. "회장님으로부터 받은 은혜와 가르침을 계승하여 대한민국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데 진력을 다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최 회장의 추도사는 '대한상의 회장'으로 낸 것이긴 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고인과의 각별한 인연이 절절한 내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도 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 명예회장이 전경련 회장 재임 시절 재계의 막내 격이던 최 회장을 각별히 챙겼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당시 활동 사진을 보면 조 명예회장과 최 회장이 친구처럼 함께 밝게 웃는 장면이 많다. 25살에 달하는 나이 차이가 무색할 정도다. 최 회장이 마치 호위무사처럼 조 명예회장을 지근거리에서 챙기는 사진도 적잖다. 겉으로만 화기애애했던 것이 아니었다. 2009년 다보스포럼에서 최 회장이 '한국의 밤'이라는 행사를 제안했을 때도 전경련 회장단은 막내의 제안을 적극 지지했다고 한다.
아버지인 고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과 조 명예회장의 인연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은 이날 오후 조 명예회장 추모를 위해 빈소를 찾은 후 기자들과 만나 "고인께선 저희 선친의 친구"라고 말했다.
결국 최 회장의 절절한 추도사는 대한상의 회장의 책무, 과거 재계에서 어른으로 모셨던 추억, 존경하는 기업인이자 아버지의 친구에 대한 예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이날 추도사를 대한상의 홈페이지에 업로드한 직후 굳은 표정으로 조 명예회장 빈소에 들어섰다. 20여분간 조문을 마치고 떠난 최 회장은 다시 한번 "고인은 우리 대한민국의 기술 경영자로 선각자셨다"고 회고했다.
한편 조 명예회장은 지난달 29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효성그룹은 전일까지 사흘간 조문객을 받고 2일 오전 비공개로 영결식을 연다. 최 회장 외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한덕수 국무총리,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정재계 인사들이 조문을 와 재계의 거목이던 고인을 추모했다. 조 명예회장은 생전 '기술 경영'을 앞세워 스판덱스·타이어코드 등 효성그룹의 글로벌 1위 제품을 만든 집념의 CEO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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